비EU 회원국 사람들에게 이민 문호 개방
학위·직업 경험 없는 청년층 대상 '기회카드' 도입
시민권 취득...독일 거주 요건 8년 → 최소 5년으로
◆…베를린에서 열린 이주 정상회담 사진=로이터통신
독일이 기술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취업 장벽을 낮춰 외국인 근로자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민법 개혁안을 통해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아닌 나라의 사람들도 손쉽게 독일로 이민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후베르투스 하일 독일 연방노동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독일의 경제 성장을 발목잡을 가장 큰 위협 요인은 기술인력 부족이 될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에서 가장 현대적인 이민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 일손 부족은 더 악화될 것"이라며 "2035년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700만명의 근로자가 부족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1955~1964년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하일 장관은 "새로운 이민법에 따라 전문 자격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도 독일에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충분한 포인트가 쌓이면 외국인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독일에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론 교육과 공장 등 현장 실무 경험을 결합한 독일의 '이중교육 시스템'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이민법에 따라 △독일어 구사 능력 △직업 훈련·경험 △35세 미만 △독일 외 국가의 학위 등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체류 허가증이 발급된다. 또 학위나 직업 경험이 없는 청년층을 위해 점수제 기반의 '기회 카드'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독일 정부는 시민권 취득 조건을 대폭 완화하는 국적법 개정안도 통과시킬 예정이다. 독일 거주 요건을 기존 8년 이상에서 최소 5년으로 낮췄으며 독일 여권 외에 모국 여권도 보유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이민자의 이중국적이 허용된다.
하일 장관은 "1960년대 터키 등에서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독일 사회에 동화되지 못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 캐나다 사례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고 언급했다.
독일은 EU 국가 중 가장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 독일 경제연구소((ifo-Institut)가 독일 기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독일 전체 기업의 약 절반 가량(49.7%)이 기업 성장 저해요소로 요소로 노동력 부족을 꼽았다. 현재 독일 전체 서비스업 54.2% 정도가 인력 부족 상태며 가공업(44.5%), 소매업(41.9%), 건축(39.3%), 도매업 (36.3%) 등에서도 기업들이 직원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U보고서 역시 독일 기업의 50%가 일손 부족으로 생산을 줄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독일 경제에 연간 850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IAB 싱크탱크는 안정적인 인력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선 2060년까지 매년 40만명의 이민자 유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은 규제 완화가 독일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독일의 높은 세금때문에 비EU 회원국 사람들이 정착하지 않는다며 이 조건을 먼저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