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가 경고한 '잃어버린 10년'...세계경제의 '일본화' 가능성은

하나금융硏 "세계경제는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중"

"획기적인 생산성 개선 없다면 성장률 둔화 불가피"

"고령친화산업 여부로 희비 엇갈려...인도 '포스트 차이나' 부상"

세계은행(WB)이 '잃어버린 10년'이 오고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발표한 가운데, 세계경제는 디플레이션보다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어 '일본화'에 빠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4일 '세계경제의 일본화 가능성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WB는 3월말 발간한 보고서에서 세계경제가 '잃어버린 10년'에 직면할 위기에 처했다며 세계경제의 '일본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WB는 세계 평균 잠재 성장률이 2030년까지 연 2.2%까지
떨어질 거라며 '경제발전의 황금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장 저해의 주 요인으로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노동 생산성 정체,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인한 투자 위축 등을 지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1980년대 장기 호황과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적정가치를 넘어 폭등했던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버블이 터지면서 시작됐다.

이후 일본 정부가 금융권 부실처리를 지연하면서 금융기관 도산이 본격화되고 민간부문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같은 경기침체와 자금흐름 왜곡으로 저성장·저물가·저금리의 악순환이 장기간 반복되면서 '잃어버린 10년'의 늪에 빠진 것이다. 일본 GDP 성장률은 1980년대 4.4%에서 1990년대 1.5%, 2000년대 0.5%로 추락했다.

세계경제 상황은 어떨까. 보고서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20여년간 이어졌던 신흥국의 성장 견인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봤다.

미·중 패권경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 대(對) 신흥국 직접투자(FDI) 위축, 주요국 긴축으로 2020~2028년 신흥국 GDP 성장률이 3.7%로 둔화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률도 2.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가파른 인구 고령화와 정책효과 약화도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 연구위원은 세계경제가 '디플레이션 악순환'와 '일본화'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일본화는 저성장과 함께 구조적으로 저물가·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는 현상이지만, 현재 전세계는 오히려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요국 자산가격의 버블이 1990년대 일본에 비해 크지 않고, 정책당국이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점도 일본화 가능성을 낮췄다.

김 연구위원은 "인구 고령화와 저성장 일상화로 산업별·국가별 희비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여성 등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진입이나 기술혁신 및 인프라 투자를 통한 생산성의 획기적인 개선이 없을 경우 세계경제의 성장률 둔화는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저성장이 일상화되면서 의료 및 건강관리, 노인복지, 여가 및 여행 등 고령친화산업 여부에 따라서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포스트 차이나' 찾기가 한창인 가운데 풍부한 노동인구, 낮은 임금 수준과 성장하는 소비시장을 앞세워 인도가 글로벌 기업의 거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