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규모 예산삭감 없을 시 디폴트 강행해야”

“민주당 디폴트 원치 않아…결국 항복할 것”

대선후보 자질 검증하는 CNN ‘타운홀 미팅’에 출연

악재에도 지지율 건재…공화당 유력 후보

디폴트 한도 시한 6월 초…경기침체 우려 커져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부채한도 상향 협상의 교착상태가 이어지며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이 대규모 예산 삭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디폴트를 강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CNN의 '타운홀 행사' 통해 "나는 공화당 의원들, 상원의원들에게 대규모 예산 삭감을 얻지 못하면 디폴트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현재 공화당은 부채한도를 증액하는 대신 대규모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건 없는 한도 상향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이 디폴트를 할 것 이라고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민주당이 디폴트 사태를 원치 않기에 결국 항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예산 삭감 조건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이며 "미국이 술 취한 선원들처럼 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바이든 대통령이 재출마를 발표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연한 CNN의 '타운홀 행사'도 대선후보를 초청해 정책과 자질을 검증하는 생방송 프로그램이다.

그는 전날 9일(현지시간) 1990년대 중반 성폭행 의혹 사건과 관련한 민사소송에 패하며 500만달러(약 66억2200만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의 다른 유력 후보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는 31조3천810억달러(한화 약 3경8721조원)다. 이는 2021년 12월 의회에서 증액된 것이며 지난 1월19일 한도를 넘긴 상태다.

지난달 26일 공화당이 다수인 미 하원은 연방정부의 1300억달러(한화 약 172조원)의 예산을 삭감하는 조건으로 부채한도를 32조9000억 달러(한화 약 4경 4119조원)로 상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양당은 서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날 9일(현지시간)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매카시 하원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만나 관련된 논의를 가졌지만 입장차를 확인하는데 그쳤다.

이에 디폴트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경기침에 대한 경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연방정부의 디폴트 한도 시한이 이르면 6월 초라고 경고하며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못할 시 디폴트 사태로 급격한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백악관 경제 보좌관 위원회(Council of Economic Advisers) 또한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부채한도 인상 지연 시 디폴트 사태로 약 83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주식시장이 45% 급락하는 등 심각한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