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게임사 합산 영업익 3333억원... 전년比 '반토막'
넷마블, 5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 컴투스·위메이드 적자
기존 흥행작 운영 집중한 게임사가 수익성도 높아
◆…넷마블은 지난 1분기 282억원의 영업손실로 최근 5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사진은 넷마블 신사옥 지타워. [사진=넷마블 제공]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지난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난 것으로 나타났다. 넷마블·위메이드·컴투스는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반면 기존 흥행작의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한 회사들은 매출 선방과 비용 절감에 성공하면서 1분기 승자의 대열에 올랐다.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8대 게임사(크래프톤·엔씨소프트·더블유게임즈·카카오게임즈·펄어비스·컴투스·넷마블·위메이드)의 지난 1분기 합산 매출은 2조3870억원, 합산 영업이익은 33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합산 매출 2조7167억원, 합산 영업이익 6367억원에 비해 각각 12.1%, 47.7% 감소한 수치다.
크래프톤은 1분기 배틀그라운드 PC 흥행에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하면서 매출 3위에서 2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1분기 매출액은 5387억원으로 전년 동기(5230억원) 대비 3.0% 증가했다.
크래프톤의 1분기 PC 부문 매출은 17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1061억원) 대비 68% 성장하면서 모바일 매출 감소를 상쇄하고 호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 출시 6주년을 맞아 향후 아케이드 개편 및 클랜 시스템 추가, 슈퍼카 콜라보레이션, 신규 맵 출시 등 업데이트로 성장폭을 높여갈 계획"이라며, "또한 모바일 부문은 2분기 성장형 스킨과 글로벌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유료화 효율을 높여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 부진으로 인해 매출 1위 자리를 넷마블에게 내주고 3위로 내려갔다. 엔씨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7903억원) 대비 39.4% 줄어든 4788억원을 기록했다.
주력 게임인 리니지W 매출이 3732억원에서 1226억원으로 감소하면서 1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올해 출시 7년차인 리니지M 매출(1301억원)이 비교적 나중에 출시된 리니지2M, 리니지W보다 높은 매출을 올렸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리니지M, 리니지W 등 주요 모바일 타이틀은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는 대표 게임인 오딘의 부진과 신작 아키에이지워의 제한된 반영이 있었지만 매출 4위를 지켰다. 1분기 매출액은 2492억원으로 전년 동기(2663억원) 대비 6.4% 감소했다.
다만 아키에이지워 실적이 온기 반영되는 오는 2분기부터는 회사 실적에 신작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아키에이지워는 지난 3월 한 달간 게임 매출 순위 1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분기에 속하는 4월에는 2위까지 상승했다. 이로써 매출 1위인 리니지M과 향후 MMORPG계의 지존의 자리를 두고 혈투를 벌일 전망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오는 6월 일본 출시 예정인 '오딘:발할라 라이징'을 시작으로, MMORPG '아레스 :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2D 픽셀 그래픽의 횡스크롤 액션 RPG '가디스 오더' 블록체인 게임 '보라배틀' 등 신작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넷마블은 지난 1분기 2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영업이익 7위에 등재됐다. 1분기 매출이 1위였음을 감안하면 전사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마블은 최근 5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8위에 머무른 위메이드(영업손실 468억원)와 함께 1년 이상 분기 영업적자를 지속하며 적자 늪에 빠진 상황이다.
넷마블에 닥친 위기는 크래프톤, 엔씨소프트와 비교했을 때 피부에 와 닿는다.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의 지난 1분기 매출은 넷마블에 이어 2, 3위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2830억원, 816억원을 기록해 1, 2위를 차지했다.
매상은 많이 올렸는데 정작 돈을 못 번다면 문제는 비용에 있다. 넷마블의 방만한 영업비용이 수익성 제고의 발목을 잡았다. 넷마블이 지난 1분기 영업에 지출한 비용은 6308억원으로 크래프톤(2557억원), 엔씨소프트(3971억원)에 비해 지출 규모가 현저하게 크다. 지급수수료(로열티), 마케팅비, 인건비로 막대한 돈을 지출한 점이 원인이다.
넷마블 영업비용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지급수수료다. 이 회사의 1분기 지급수수료는 2471억원으로 전체 영업비용 가운데 41% 비중을 차지한다. 넷마블은 타사 IP 게임을 퍼블리싱해 매출을 올리면 그중 일부를 로열티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아 지급수수료 비중이 높다.
◆…[출처=넷마블 제공]
넷마블은 애플이나 구글 등 플랫폼에 지급하는 수수료 30% 이외에도 타사에 로열티를 지급하기 때문에 자사 IP 히트작을 보유한 크래프톤(배틀그라운드), 엔씨소프트(리니지)에 비해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지난 1분기 신작이 없었는데도 마케팅 비용으로 1003억원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는 마케팅비로 각각 51억원, 49억원을 썼다. 1분기 신작 출시 관련 마케팅을 진행한 게임사들도 넷마블보다는 마케팅비가 적었다. 에버소울·아키에이지워를 출시한 카카오게임즈는 1분기 마케팅비로 203억원을 지출했고, 크로니클 글로벌을 출시한 컴투스는 292억원을 썼다.
넷마블은 직원 1인당 인건비도 8대 게임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넷마블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은 총 805명이다. 넷마블이 올해 1분기 인건비로 1875억원을 지출한 점을 반영하면 직원 1인당 인건비는 2.3억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의 직원 1인당 인건비는 각각 0.6억원, 0.5억원이다. 이밖에 카카오게임즈(1.2억원), 컴투스(0.3억원), 더블유게임즈(0.6억원), 펄어비스(0.6억원), 위메이드(1.2억원) 등 나머지 게임사 중에서도 1인당 인건비가 2억원을 넘는 경우는 없었다.
넷마블 관계자는 "2분기부터 기대 신작들의 출시와 함께 하반기 본격적인 게임 사업의 반등을 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넷마블은 상반기 '신의 탑:새로운 세계' 출시를 필두로, 하반기에는 '나 혼자만 레벨업:ARISE', '파라곤:디 오버프라임' 등을 연이어 출시할 계획이다.
컴투스는 지난 1분기 1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영업손실 27억원)에 이어 적자지속했다. 역대 최대 1분기 매출을 경신했지만 크로니클 출시 관련 마케팅비 및 미디어 콘텐츠 자회사 외주제작비 등 각종 비용이 증가했다.
컴투스 관계자는 "2분기 출시 예정인 '제노니아'는 약 4주 만에 국내 사전예약 140만 건을 넘어서며 MMORPG 시장에 돌풍을 예고했다"며 "국민 레전드 게임 IP '미니게임천국'과 글로벌 대표 낚시 게임 IP 기반 '낚시의 신: 크루' 등 다양한 장르의 기대 신작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위메이드는 지난 1분기 4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4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기존작들의 매출 감소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3% 감소했으며, 인건비 증가 영향으로 영업비용은 12% 증가했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최근 선보인 신작 '나이트 크로우'는 양대 마켓 인기 1위를 포함해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 구글 플레이 매출 1위를 각각 기록했다"며 "글로벌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WEMIX PLAY)'는 온보딩 게임 라인업 100종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더블유게임즈의 1분기 영업이익은 4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8대 게임사 중 유일하게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으며, 영업비용은 마케팅비 감소 등으로 7.5% 줄었다.
더블유게임즈는 출시 13년차인 더블다운카지노와 11년차인 더블유카지노를 주력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갖추고 있다. 회사는 지난 1분기 31.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크래프톤(52.5%) 다음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글로벌 게임사인 블리자드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33.6%)에 근접한 수준이다. 전사 분기 영업이익률은 지난 2020년 1분기부터 30%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게임산업의 강점은 중후장대(자동차·철강·조선·화학)로 대표되는 전통 산업군에 비해 높은 수익성을 띈다는 점이다. 하지만 8대 게임사의 지난 1분기 합산 영업이익률은 약 14%로 전년 동기(23.4%) 대비 큰 폭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훼손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크래프톤과 더블유게임즈의 높은 수익성은 더욱 빛을 발한다.
종합해보면 1분기 게임사들의 성패는 수익성에서 갈렸다.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 흥행작의 운영에 집중한 게임사가 수익성도 높았다. 여러 게임을 출시해 신규 유저를 끌어모으는 것보다, 좋은 운영으로 기존 유저에게 보답하고 동시에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게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