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우 자본연 연구위원 "초고령사회 '뉴노멀'...연금자산 중요성 대두"
"운용규제는 효율성 떨어뜨려...분산위험 포트폴리오 구축해야"
디폴트옵션 불완전판매 우려에...당국 "염두하겠다"
◆…12일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후원하는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3차 릴레이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김진수 기자]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2일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연이 공동 주최하고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후원하는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3차 릴레이 세미나'에서 '퇴직연금제도 활성화: 운용규제 개선을 중심으로'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남 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과 초고령사회라는 '뉴노멀'에 대응해 연금자산의 축적과 운용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다달이 들어오는 소득'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연금자산의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말했다.
최근 공적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에서는 퇴직연금제도의 역할을 강화 또는 축소하는 개혁이 논의되고 있다. 축소 주장의 근거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에 이르는 3층연금체계에서 퇴직연금이 연금소득으로서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9% 보험료율과 40% 소득대체율을 지향하는 것과 달리 퇴직연금은 8.3% 보험료율에도 불구하고 소득대체율에 대한 기여가 제로(0)인 상황"이라며 "종신연금으로 매달 지급받아야 의미가 있는데 다 일시금으로 수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퇴직연금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중도인출 방지와 세제혜택을 통한 유효한 규모의 적립금 축적, 운용구조 효율화와 운용규제 완화를 통한 수익률 제고, 일시금 지급 규제와 종신연금화를 통한 '연금화' 등의 논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대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과 확정급여형(DB)에 대한 적립금운용위원회(IPS) 등을 도입했다. 후속 과제로는 투자 가능한 상품을 확대하고,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인출되도록 지원하는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남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운용규제가 최소화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투자가능 자산과 운용수단, 위험자산 편입 비중 등 운용규제나 제약이 많을수록 효율성은 떨어진다"며 "장기적으로 '분산된 위험의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도 운용규제 최소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투자에 관심 없는 근로자를 위해 디폴트옵션 제도를 더 단순화하고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적극적인 투자의지를 가진 근로자에게는 불필요한 운용규제를 없애 투자 관심도를 높이는 방향을 유도하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한동환 KB금융지주 KB경영연구소장도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의 디딤돌인 디폴트옵션이 잘 작동할 수 있게 운용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며 "퇴직연금 운용사업자에 대해서는 면밀한 평가와 엄격한 공시로 수익률을 높일 '채찍'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권용수 삼성증권 은퇴연구소장 역시 "개인 관점에서는 중도인출 금지와 세제혜택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해야 한다"며 "디폴트옵션이나 IPS가 본래 의도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추진해 위험자산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센터장은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퇴직연금도 적정한 소득대체율이 얼마인지, 거기에 맞추려면 목표수익률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디폴트옵션 본격 도입에 따른 불완전판매 등 민원 발생 가능성도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손재형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디폴트옵션은 정부기관과 금융회사가 '똘똘한 상품'을 함께 선정한다는 개념"이라며 "일단 배를 띄우고 운행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염두하며 모니터링해나가겠다"고 답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도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대해 신경쓰겠다"면서 "퇴직연금 상품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예외로 인정해달란 요구도 있었지만 똑같이 적용하기로 해 규제 차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 과장은 "이해관계자의 투자한도나 투자상품 범위, DB형의 만기 쏠림 현상 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며 "고용부와 논의해 제도개선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