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키피디아(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한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 중인 폴란드 정치 상황이 혼란스러워지는 가운데 법원마저 정쟁에 휘말리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폴란드 매체 더 퍼스트뉴스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6명이 여당인 법과 정의당(PiS) 핵심인사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프자일렙스카(Przylebska)의 임기가 지난해 말 만료되었다며 사임을 요구하면서 심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프자일렙스카는 2024년 말까지 연임할 수 있다며 사임을 거부, 재판소 내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EU(유럽연합)가 자금을 집행하는 데 핵심적인 대법원 법 개정안 심의가 연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헌법재판소가 내홍을 겪으면서 법원 소집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고 31일 진행예정이었던 안제이 두다의 대법원 법 개정 동의안에 대한 심리절차가 6월 27일로 재조정되면서 EU 자금 인출도 기약 없이 연기되었다.
지금까지 프자일렙스카는 그녀의 후임자 선정을 무산시키려 시도했지만, 6명의 판사가 그러한 행태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심리에 필요한 인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집권당인 법과 정의당 일부 의원들은 사건 심리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정족수를 11명에서 9명으로 줄이는 꼼수 법안까지 상정해 놓고 있다.
폴란드는 EU 복구기금(Recovery and Resilience Facility)으로부터 115억 유로(16조2419억 원)의 대출금과 239억 유로(33조7676억 원)의 보조금을 포함 약 354억 유로(500조95억 원)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EC(유럽 집행위원회)는 폴란드의 권위주의적(법치 무시) 정치행태를 이유로 지원자금 집행을 동결했으며 특히 판사들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대법원 판사징계 기구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지난 1월 폴란드 하원인 세임은 EC가 정치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간주한 판사 징계실을 대체하기 위해 신설된 대법원 전문 책임 회의소 대신 최고 행정법원에서 결정하도록 한다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안제이 두다 현 대통령은 법안이 헌법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를 다투는 헌법재판을 청구하며 '이는 사전적 조치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EU 복구기금은 회원국이 수행한 개혁,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7238억 유로의 보조금과 대출금을 조성했으며 이사회에서 채택한 국가별 권장 사항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전개되는 폴란드 국내 정치 상황이 EU 자금을 지원받기 어려운 방향으로 점점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가 된 판사징계실뿐만 아니라 31일 두다 대통령이 최종 서명한 '러시아 영향력 조사위원회' 역시 EU 법무장관이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가장 우크라이나 지원 전진기지 역할을 하면서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된 미국 백악관조차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500조 원에 달하는 EU 자금 집행이 계속 문제를 일으킨다면 한국에 지불해야 할 천문학적 액수의 무기 수입대금은 물론 관련 협력자금 집행도 장담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한 행보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