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는 '마이너스 소득' 10만 가구..."금융불평등 해소해야"

'음의 소득 가구' 0.51%...고위험 4만 가구

고소득층은 '레버리지'...저소득층은 '고육지책'

'영끌'은 주택 마련 30~40대 위주...차등 금리 제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융불평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저소득, 중소득, 고소득뿐만 아니라 소득이 마이너스(-)인 가구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상환은 물론 존속 자체가 불가능한 가구인 만큼 금융이 아닌 복지의 영역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7일 국회에서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주최한 '한국의 금융 불평등'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재단은 금융불평등을 금융자산의 불평등,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의 불평등, 불평등의 결과로 나타나는 부채로 정의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신광영 중앙대 명예교수(우분투연구회장)는 음의 소득을 갖는 '마이너스 가구'에 주목했다.

신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중위소득 50% 미만인 빈곤층의 비율은 전체 가구 중 19.5%에 이르렀다. 전체 가구 중 음의 소득 가구의 비율은 2021년 0.37%, 지난해 0.51%로 약 8~10만 가구에 달한다. 이중 총부채상환비율(DTI)이 0.6을 넘는 고위험 가구는 21%로 약 4.5만 가구로 추정된다.

신 교수는 "소득이 없어 대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어 가장 위험한 가구다.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지금까지 특별한 정책 대상으로 간주되지 못한 채 사각지대로 남아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이너스 소득 원인 진단과 재무관리 서비스를 포함한 특별 금융대책이 필요하다"며 "기존 금융제도를 활용해 어려움을 벗어나는 게 매우 어려운 만큼 금융정책이 아니라 복지정책 차원의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체 가구의 2/3이 금융부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5년 129%에서 2010년 155%, 2022년 211%로 높아졌다. 이중 70%가 원리금 상환이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기간 가처분소득 최상위 5%와 최하위 5%의 금융부채가 증가 양상을 보였다. 부채의 의미는 사회계층에 따라 '레버리지' 또는 '고육지책'으로 상반됐다. 고소득층은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인 반면 저소득층에게는 부족한 생계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간절함인 것이다.

이에 고신용자와 저신용자를 구분하는 '투트랙' 정책이 요구됐다. 신 교수는 "저소득 가구의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복지 차원의 지원과 재무관리 및 일자리 제공 등 종합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부채를 레버리지로 이용하는 고소득 가구에 대해서는 대출 규제나 누진세 부과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소득층이 외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집단임에도 신용도가 낮아 제도권에서 밀려나는 '금융의 역설'도 지적했다. 저소득층이 1금융권이 아닌 2,3금융권,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면서 경제 양극화가 빚어지는 것이다.

연령별 대출양상도 달랐다. 20대는 전월세자금, 30~40대는 주택마련, 50대 이상은 주택 이외의 부동산 매입을 목적으로 돈을 빌렸다. '영끌'로 불리는 부채는 주로 30~40대의 몫이었다.

신 교수는 "청년기와 중장년기 생활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차등적 금리를 제도화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며 "청년의 경우 전월세나 내집 마련이 부채의 주된 동기인 점에서 금융정책과 주택정책, 주거복지정책이 연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가 높아지면서 계층별 접근성 격차 문제가 심화됐다. 취약계층이 제도권 밖 초고금리 불법사채 시장으로 밀려나는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신용평가에 불리한 청년층에는 비금융정보 등을 활용하고 역량강화 및 창업지원을 위한 정책금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영섭 세상을바꾸는금융연구소장은 "청년층 금융문제의 본질은 청년 개인의 잘못된 선택 문제가 아니라 그 선택을 강제하는 사회구조의 원인에 있다"며 "대학까지 무상교육으로 하고 학자금 부채 탕감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