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폭발’ 여전한 책임공방 속 피해 막대…곡물 가격에도 영향

주민 4만 2천 명 홍수 위험…우크라 “이미 1,894명 대피”

수만 헥타르 농경지 황폐화…전 세계 곡물 가격에 영향

“기름 150t 유출… 홍수 탓 지뢰 유실

젤렌스키 “러, 전투서 질 것 알고 댐 폭파해”

푸틴, 우크라 겨냥 “댐 파괴는 야만적 행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의 폭발을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방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댐 파괴 후 드니프로 강변에 거주하는 약 4만 2,000명의 주민이 홍수 위험에 처했을 뿐 아니라 식수·농업수 손실, 지뢰 유실 등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피해가 막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위치한 카호우카 수력발전 댐이 파괴된 후 7일(현지시간) 남부지역 전역에 홍수가 닥쳐 우크라이나 주민 7명이 실종되고 수만 명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은 "헤르손 지역에서 주민들의 대피가 이어지고 있다. 구조대원, 경찰 등이 이미 1,894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어린아이를 어깨에 메고 비닐봉지에 소지품을 넣어 침수된 거리에서 대피하고 있으며 구조대원들은 물이 머리 높이에 이르는 지역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구조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정보국은 댐의 구조가 진행되는 동안 추가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댐이 파괴된 뒤 드니프로 강 인근 80개 지역에 거주하는 약 4만 2,000명의 주문이 홍수 위험에 처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이번 홍수로 수십만 명이 식수를 잃을 뿐 아니라 수만 헥타르의 농경지가 황폐화되는 등 최소 50만 헥타르가 '사막'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호우카 댐은 세계 3대 곡창지대가 위치한 우크라이나 남부에 식수와 농업수의 공급원으로 전 세계 곡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일 헤르손 시를 방문한 올렉산드르 쿠브라코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도 80개 이상의 지역에서 홍수로 인해 화학물질과 전염성 박테리아가 물에 녹아 들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주민들에게 안전한 생수를 마실 것을 촉구했다.

로슬란 스트릴레츠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은 "댐 파괴로 최소 150t의 기름이 유출됐다"며 "피해액은 5,000만 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수 과정에서 묻혀있던 지뢰 또한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브라코프 부총리는 "물이 이전에 설치됐던 지뢰를 건드려 폭발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우크라이나에서 지뢰 위치를 지도화하는 등 지난 수개월의 노력이 모두 수포가 되었다고 밝혔다.

1956년 드니프로강에 카호우카 수력 발전소의 일부로 건설된 이 댐의 높이는 30m, 길이는 3.2km에 달한다. 18㎦ 규모의 저수지는 현재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에 쓰이는 냉각수의 공급원이기도 하다. 다만 영국 정보국은 홍수로 인해 자포리자 원전이 즉각적인 추가 안전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댐 파괴를 두고 상대방을 비난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댐 파괴의 배후는 러시아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날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전투에서 질 것을 알고 있고 이 일대 우리 영토의 수복을 오래 끌어 어렵게 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카호우카댐은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상태라서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증거를 제시할 수는 없다"며 "우리가 현장에 간다면 증거를 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하며 "대규모 환경 및 인도주의적 재앙을 초래한 야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