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창 회장 지분 18.9%만 자녀에 증여하고도 지배력 확보 가능케
기업 자금을 대주주의 편법 지배력 확대에 전용…증여세 논란
◆…사진=일룸 홈페이지 캡처
퍼시스그룹은 가구업체 일룸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는 편법을 동원해 손동창 회장의 2세인 손태희·손희령의 경영권 지배력을 확대해 실질적인 대주주로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손동창 회장의 지분 18.9%를 두 자녀에게 양도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일룸의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일부는 소각하는 수법을 쓰며 손태희·손희령의 지분을 늘려주는 편법이 동원됐다. 이는 기업 자금으로 오너 자녀의 지분을 확대한 것이어서 증여세 문제 등 논란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와 관련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5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자사주 제도가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다양한 정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일룸과 퍼시스홀딩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일룸은 2007년 퍼시스홀딩스(구, 일룸, 시디즈)에서 물적 분할로 설립되었다. 이후 일룸은 2013년 양영일의 일룸 지분 32.82%, 이종태 지분 0.37%를 합한 33.19%(82만9835주)를 자사주로 111억원에 취득했다.
이어 2015년에는 퍼시스홀딩스 손동창 회장의 일룸 지분 18.9%를 손태희 13.7%, 손희령 5.2%로 각각 나눠 양도했다. 이로써 손태희 지분은 2.07%에서 15.77%, 손희령은 0%에서 5.2%로 늘어났다.
일룸은 2016년 또 한번 퍼시스홀딩스(구, 일룸, 시디즈)가 보유한 일룸 지분 45.84%(114만5950주)를 자사주 형태로 75억원에 매입했다. 퍼시스홀딩스는 당시 일룸의 최대주주였다. 퍼시스홀딩스는 손동창 회장이 지분 80.51%를 가진 지주회사이다.
퍼시스홀딩스는 보유하고 있던 일룸의 지분 전량을 일룸에 매각함에 따라 두 회사 사이의 종속관계는 청산됐다. 이와 함께 일룸은 퍼시스홀딩스로부터 매입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했다. 이로 인해 일룸의 지배구조는 손태희·손희령 중심으로 전환됐다.
퍼시스홀딩스가 보유한 일룸 지분을 일룸이 매입·소각함에 따라 기존 소각하지 않은 자사주 지분 33.19%(82만9835주)는 61.29%로 지분율이 높아졌다. 이어 손태희 지분율 15.77%(39만4215주)는 29.11%, 손희령 지분율 5.2%(13만주)는 9.6%로 늘어나 자사주를 제외하면 이들이 실질적인 대주주가 되는 셈이다.
이는 손태희, 손희령이 추가적인 주식 매입 자금 없이 지분율을 확대해 일룸이라는 알짜기업을 얻게 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증여 또는 상속을 받아 지분을 늘렸다면 내야 할 증여·상속세 한 푼 내지 않고 기업의 소유권을 갖는 모양새다.
기업 전문가들은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소각은 다른 많은 주식 투자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기업 가치 증대'라는 긍정적인 인식이 있다"며 "하지만 비상장기업은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고, 대주주는 매입 자금 한 푼 들이지 않고 경영권을 확대하는 것이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일가족이 지배하는 비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을 제한하거나 또는 매입·소각으로 지분율이 늘어난 만큼 상증세 의제를 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세일보가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대주주 지분율을 확대한 것의 문제점을 지적한 질의에 일룸은 "자사주 매입·소각은 상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절차"라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