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회·자본연 '내부회계관리제도 실효성 제고방안' 세미나
이상호 "美, 과징금 30%를 내부고발 포상지급...투자자보호기금 설립 필요"
금융위 "연결 내부회계 5년 유예는 '숨고르기'...감사품질 제고해야"
◆…13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는 자본시장연구원·한국공인회계사회 공동 주최로 '내부회계관리제도 실효성 제고방안'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김진수 기자]
13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는 자본시장연구원·한국공인회계사회 공동 주최로 '내부회계관리제도 실효성 제고방안' 세미나가 개최됐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의 작성과 공시를 위해 회계처리를 사전에 규정된 절차와 방법에 따르게 하는 내부통제시스템을 말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의무화 이후인 2019년부터 전체적인 횡령·배임 발생 건수 자체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 다만 감사보수가 평균 2억1000억원, 감사 투입시간이 평균 1855시간 증가했다.
이상호 자본연 연구위원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의무화로 횡령·배임 등 부정을 방지하는 효과가 유의적으로 확인됐다"면서도 "기업의 비용 부담이 급증한 점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고액 횡령사건에 대한 처벌을 세분화하고 범죄수익을 신속히 몰수·추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에 일시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한시적인 세제혜택도 요구했다.
고액 횡령·배임에 대한 내부고발 인센티브 확대도 강조했다. 미국은 회계부정에 대한 내부고발로 100만달러 이상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경우 그 10~30%를 내부고발자에게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고한도가 20억원이다.
이 연구위원은 "투자자보호기금 설립을 통해 회사의 과징금을 내부고발 포상금의 재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내부고발 포상금을 과징금에 비례 적용해 고액 부정사태의 내부고발 유인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태진 IE 대학교 교수도 "내부회계관리제도상 중요한 취약점의 사유 중 '자금통제미비' 사례가 많다"며 "현행 제도가 횡령·배임 등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있는지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전날 발표한 회계제도 보완방안을 통해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에 연결 내부회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을 5년 유예하기로 했다. 내년에 도입하려던 제도를 2029년으로 미룬 것이다. 자산 2조원 이상이지만 유예를 신청한 경우 최대 2년간 유예를 허용한다.
송병관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CCTV가 범죄예방과 신속한 피해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내부회계관리제도 역시 전산시스템 개편과 외부감사를 통해 회계품질을 높이고 횡령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비용 대비 편익에 대해 소모적인 논쟁이 있는 것 같다"며 "비용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로 CCTV를 모든 골목에 설치하지 않는 것처럼 내부회계관리제도도 기업 운영의 효율성이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기업이 별도 내부회계를 도입하는 데 평균 1억9000만원이 소요되고, 감사시간이 평균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보수도 매년 9000만원 늘어 2억6000만원 수준에 이르렀다.
송 팀장은 "이 금액이 상장기업 대비 과연 큰 것인가 하는 감사보수 적정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선진국 대비 낮긴 하지만 회계개혁 이후 감사보수가 급등했고 경기회복이 더딘 만큼 숨고르기에 들어가야 한다는 판단에서 5년 유예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은 내부회계를 왜 도입해야 하냐, 문서업무만 늘었다고 토로한다"며 "유예된 5년동안 감사인은 기업 규모·특성에 맞는 감사시간 조정과 감사스킬 고도화로 기업의 의구심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세제혜택 부여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 상장기업에 정부 돈을 투입하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정부는 내부회계를 잘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 제재를 감면하는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