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진단검사 27점...연쇄살인범 강호순과 같은 수치
전문가 "유무죄판단과 양형판단 공판 절차 분리 필요"
◆…'부산 돌려차기'가해자의 반성문 사진=KBS뉴스 캡처
부산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성폭행을 시도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에서 기준선인 25점이 나와 정상인의 범주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고인 A씨는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에서 총점 27점을 기록했다.
이는 희대의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받은 점수와 같은 수치다. 강호순은 2000년대 후반 경기도 서남부와 강원도에서 여성 8명을 납치·살해하고 자신의 장모와 전처를 방화 살해해 사형 선고를 받은 인물이다. 부산에서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보다는 1점이 낮았다.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총 20개 문항으로 40점 만점이다. 한국은 통상 25점 이상, 미국은 30점 이상일 때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일반인은 15점 안팎의 점수가 나온다.
A씨는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도구(KORAS-G) 평가에서도 '높음' 기준선인 12점을 훌쩍 넘긴 23점을 받았다.
A씨는 앞서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을 통해 "저와 비슷한 묻지마 범죄의 죄명과 형량이 제각각인데 왜 저는 이리 많은 징역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해 했다. A씨는 또 "착각과 오해로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 묻지마식 상해를 가한 것에 대해 깊은 잘못을 느끼고 있다. 이에 대해선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전과가 많다는 이유라면 저는 그에 맞는 형 집행을 다 했다"고 반발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이와 관련해 "가해자는 반성문을 통해 불법의 평등을 주장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반성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변명을 늘어놓은 변명서"라고 평가했다.
감형을 목적으로 재판부에 제출하는 반성문과 관련해선 "판사님들도 사람이다. 판사님들이 피고인을 온정주의적으로 봐주겠다 이런 판사님들 전혀 안 계신다"며 "다만 유무죄 판단을 하고 난 다음에 다음 단계에서 양형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공판 절차가 이분되면 괜찮은데 현재는 판사님이 피고인의 유죄 판결을 하면서 동시에 몇 년의 형을 가할지까지 같이 판단한다. 그러다 보니까 그 반성문을 따로 들여다볼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반성문인지 대필해서 만들어진 반성문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절차가 안 만들어져 있다 보니까 국민의 법감정과는 완전히 괴리되는 판결이 가끔씩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에게 피의자 반성문을 공개하자는 여론에 대해선 "피해자가 원하면 볼 수 있어야 된다. 그런데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가해자 이름 석자만 말해도 사지가 떨려서 아무 행동도 못할 만큼 두려움이 있다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가해자의 행동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하는 피해자에 한해서는 법원이 적극적으로 알려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