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진보 진영, '낙태 이슈' 대립…트럼프 "모든 아이는 신의 선물"

연방정부 차원의 낙태권을 인정하지 않은 미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지 1년이 된 가운데, 미국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낙태권 이슈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밤 개최된 낙태권 폐지 1주년 기념 행사에서 "우리는 낙태권을 폐지했다"며 "태어났든 태어나지 않았든 모든 아이는 신의 신성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임 시절 보수 성향의 연방 대법관 3명을 임명해 대법원이 현재의 보수 우위로 재편될 수 있었다며, 낙태권 폐지 판결이 사실상 자신의 공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공화당 소속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발의한 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 연방법안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지키는 데 있어 연방 정부의 핵심 역할이 있다"고 밝혔다.

줄곧 낙태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연방 정부 차원의 법제화에 있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것을 고려하면 기존보다 한층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낙태권을 둘러싼 문제는 1년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뇌관으로 꼽힌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주요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대체로 낙태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는 것과 달리,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낙태에 찬성하며 중도층과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기반을 확대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낙태권 폐지 1주년이었던 전날 성명을 내고 "1년 전 오늘 대법원은 미국 여성들의 선택권을 부정함으로써 미국인의 헌법적 권리를 박탈했다"고 했다.

그는 "반세기 동안 미국의 법이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히면서 파괴적인 결과가 초래됐다"며 "각 주(州)는 여성 건강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낙태) 처치를 위해 수백 마일을 이동하게 하고, 숙련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들을 처벌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극단적이고 위험한 낙태 금지를 가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화당은 전국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길 원하며, 이를 넘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낙태약을 시중에서 못 팔게 해 피임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의 의제는 극단적이고 위험하며 대다수 국민의 뜻과 다르다"면서 다시 연방법으로 낙태권을 인정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미국은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반세기 동안 임신 6개월 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허용해왔지만,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이 이를 뒤집으며 낙태권 존폐를 각 주의 결정에 맡겼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 전체 가임기 여성의 4분의1에 해당하는 1750만 명이 낙태가 전면 금지되거나 대부분 금지된 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