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으로 VC 신규투자 위축...투자재원은 있어
"투자조건 이견 있거나 저점에서 투자하려는 의도 때문"
"정책당국, 유망 벤처기업 선별해 자금난 극복 도와야"
"시장실패 높은 미래기술에 정책금융 마중물 역할 필요"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7일 '최근 벤처투자 감소의 원인 진단과 향후 모험자본시장의 발전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리인상으로 국내 벤처캐피탈(VC)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자금모집은 2021년 17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17조3000억원으로 2.8% 감소했으며 신규투자는 15조9000억원에서 12조5000억원으로 21.8% 급감했다.
분기별로 보면 올해 1분기 벤처투자조합의 자금모집은 6000억원으로 1년 전(2조7000억원) 대비 78.6% 감소했다. 신규투자도 2조2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60.3% 줄었다.
박 선임은 "최근의 자금경색은 벤처투자 재원의 절대적 부족으로 인한 현상은 아니다"라며 "투자조건에 대한 벤처기업과 투자자 간의 이견 또는 투자자가 시장의 저점을 확인한 후 투자를 집행하고자 하는 의도로 인한 일시적 투자 지연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현재 벤처펀드의 미소진약정액(드라이파우더) 규모가 10조3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만큼 벤처투자 재원 자체는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장 환경이 변화하고 새로운 투자조건이 형성되면 점진적으로 벤처투자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방안'도 벤처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당국은 기업의 성장단계별 자금수요에 맞춰 10조5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한도를 자기자본의 0.5%에서 1%로 확대했다. 인수합병(M&A)·세컨더리 펀드결성 지원과 기업형벤처캐피탈(CVC) 규제 개선도 방안에 포함됐다.
박 선임은 "벤처투자 시장의 경색기에 시장 참여자가 정책당국의 시장안정 의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면서도 "전방위적 유동성 공급이 돼서는 곤란하다. 자금 공급자의 선별 기능을 통해 유망한 벤처·스타트업이 자금난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모험자본시장이 성장하는 데에 정책금융의 역할이 컸지만 점차적으로 민간 중심으로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벤처투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스케일업이 잘 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그는 "민간의 투자 창의성과 자율성 확대를 통해 투자 역량을 높이고 시장 원리에 기초한 투자 자금 배분을 통해 투자 자금이 대형화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정책금융의 역할은 시장실패에 대응 또는 교정하는 것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AI 등 특정 투자 분야의 높은 투자위험과 이로 인한 과소투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선임은 "초격차 기술, 딥테크, 국가전략기술 등으로 불리며 범정부적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미래 기술은 높은 위험성과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으로 인해 시장실패가 높은 분야"라며 "민간투자가 확대되기 전까지 정책금융의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미래 기술 분야가 다양한 정부 부처의 소관인 만큼 범정부적 차원의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중복 투자를 방지하거나 조정하는 한편, 전략 분야의 발굴과 정책금융의 집행을 최대한 민간 또는 시장 친화적 방식으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