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원유에 '탈달러화'…인도 정유사들, 위안화로 결제

우크라 침공에 러 제재 이후, 페트로 달러 체제 흔들려

러 원유에 위안화 결제↑…”중국 정부 노력에 힘 실어”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 원유 구입의 달러 결제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인도의 정유회사들이 일부 러시아 원유 구입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기 시작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6월 국영 인도석유공사(IOC)가 인도 정유사 가운데 처음으로 러시아 원유를 위안화로 결제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IOC는 지난 5월 인도 국영은행 스테이트오브인디아(SBI)로부터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가 인도한 화물에 대한 달러 결제를 거부당했다. 해당 원유가 유럽과 영국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 국영 선사 소브콤플로트와 연계돼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해운회사 유조선으로 운반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따라 IOC는 6월의 원유 대금 결제를 인도 민간은행인 ICIC 은행과 중국 상업은행인 중국은행(BOC)을 통해 로스네프트와의 거래를 위안화로 해결한 것이다.

인도 정부 소식통은 "은행이 달러 결제를 꺼리면 일부 인도 정유사들은 위안화와 같은 다른 통화로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소식통 또한 인도의 민간 3개 정유사 중 최소 2곳이 일부 러시아 원유에 대해 위안화로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도의 또 다른 국영 정유사 바라트석유공사(BPCL)도 위안화 결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를 제재한 이후 오히려 1970년부터 이어진 페트로 달러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에 수출하는 원유 일부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파키스탄 또한 지난 4월 러시아의 저가 원유를 위안화로 지불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 이후 위안화로 중국과 원유를 거래하고 있다.

미국 달러는 인도의 원유 구매를 포함하여 오랫동안 주요 국제 석유 거래 통화였지만 러시아가 국제 제재로 인해 달러와 유로 금융 네트워크에서 동결된 가운데 위안화가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 같은 위안화 결제의 증가가 중국 은행들이 러시아 원유 거래에 위안화 사용을 장려하는 등 자국 통화를 국제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 힘을 싣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서방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 이후 국제 은행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퇴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