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흑해곡물협정 연장 위해 러 은행 제재 완화 고려 중

FT “EU, 러 은행 자회사 만들어 국제금융에 연결 방안 고려”

러, 퇴출당한 SWIFT 복귀 요구조건 내세워…협정 파기 위협

유럽연합(EU)이 흑해곡물협정 연장을 위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금융 시스템에 대한 러시아 은행의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요구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시 오는 7월 흑해곡물협정의 연장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EU가 러시아 농업은행인 로스헬호스방크에서 자회사를 만들어 국제 금융 네트워크에 연결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조치가 우크라이나가 세계 시장에 식량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흑해곡물협정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유럽 곡물 무역상은 로이터통신에 "러시아가 실질적인 양보를 얻지 않는 한 협정이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은행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러시아에 무언가를 제공하는 빠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막혀 전 세계 곡물 가격이 폭등하자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해 7월 체결된 협정이다.

당초 120일 기한이었던 협정은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 60일씩 연장됐으며 지난 5월 만기를 하루 앞두고 2개월 연장됐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이 항구 승인을 제한하는 등 규정을 위반하면서 사실상 협정이 무효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흑해는 우크라이나 곡물 대부분이 운송되는 핵심 해상 수출로다. 해마다 4,500만 톤의 곡물을 공급하는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로가 차단된다는 것은 국제 곡물 시장에 큰 위협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복귀 등을 협상카드로 내세우며 흑해곡물협정 파기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서방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SWIFT에서 퇴출시켰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피브데니 항을 통과하는 암모니아 파이프라인 송출 재개와 로스셀호스방크의 SWIFT 복귀 등의 요구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시 흑해곡물협정이 만기 되는 오는 7월 17일 재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