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관청, "정확한 시가 조회 곤란-대처방안 찾는 중"
아파트 등 주택 상속·증여시 '유사매매사례'적용과 관련한 조세분쟁에서 또 한 차례 국세청이 '깨졌다'. 최근 들어 수 차례 걸쳐 제기됐던 같은 쟁점의 과세불복 심판청구가 납세자 승소로 귀결, 결과적으로 국세청의 부실과세로 속속 판명되고 있다.
□ 로얄층 가격차이 반영, "당연한 것 아니냐?"=A씨는 지난해 9월 어머니로부터 25평형 아파트 한 채를 증여 받았다. A씨는 국세청 기준시가(1억6200만원)를 증여재산가액으로 평가해 관할 세무서에 신고했다.
그러나 '날벼락'이 떨어졌다. 관할 세무서가 A씨가 아파트를 증여받기 두 달 전 같은 단지내 같은 평형 아파트가 2억13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들어 A씨에게 500여만원의 증여세를 더 내야 한다는 내용의 고지서를 보내왔다.
A씨는 이에 "처분청이 매매사례로 제시한 아파트는 7층 '로얄층'으로 2층인 쟁점아파트에 비해 기준시가도 높게 평가되어 있어 이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심판원은 최근 A씨의 과세불복에 대해 과세취소결정을 내렸다.
심판원은 "조사결과 쟁점아파트와 유사매매사례로 제시된 아파트에 대한 국세청 기준시가가 1050만원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로얄층이었다는 점, 기준시가가 높게 되어 있다는 점 등에 비춰 동일한 가격기준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 연이은 '유사매매사례' 패배-납세자들만 골탕=현행 법상 아파트 등 부동산 상속·증여시 원칙적으로 '시가'에 따라 세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시가를 정확하게 모를 경우 국세청 기준시가를 보충적으로 활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만 상속(혹은 증여)개시일 전후 6개월(증여는 3개월)이내에 상속(증여)받은 재산과 면적·위치 및 종목이 같거나 유사한 다른 재산에 대한 매매나 감정가 등이 있는 경우 '유사매매사례'로 판단, 이를 시가로 삼아 기준시가에 우선해 적용토록 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조세분쟁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납세자들의 경우 주변 아파트 매매시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리한' 기준시가를 활용, 증여세를 내지만 뒤늦게 국세청이 시가평가가 잘못됐다며 세금을 더 내라는 통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심판원에서도 과세관청의 승소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그러나 과세관청의 패소로 귀결되는 부분도 상당수 있다. 최근에도 심판원은 3, 4건의 유사쟁점의 과세불복에 대해 납세자 승소 결정을 내렸다. 결국 과세행정상의 문제라는 것이 조세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세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국세청이 조망권 등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외부요인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인 과세행정으로 납세자들의 피해가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국세청, "정확한 시가 기준 찾기 어려워‥무리한 과세 없다"=과세권을 행사하는 국세청은 어떻게 판단을 하고 있을까. 국세청은 평가체계 등 과세시스템상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무리한 법적용은 없다고 부인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택의 경우 개별적 특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직접확인을 하지 않는 이상)특정사례와 정확하게 들어맞는 매매사례를 찾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개별적 특성을 감안한 세부 (과세)지침을 만들기도 어렵지만 무리한 과세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선 세무서에 유사매매사례 적용시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지도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 등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