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범에게 투자사기 당했는데 피의자 신세
헌재, '평등권 침해'로 검찰 기소유예 처분 취소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계좌 개설에 필요한 인증번호 등을 알려준 피의자에 대해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A씨가 낸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A씨는 2021년 4월 소셜미디어(SNS)에서 '수익금이 발생하면 돌려주겠다'는 광고를 보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총 1100만원과 계좌 개설을 위한 신분증·휴대전화 인증번호 등을 보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조직은 A씨에게 투자금을 돌려주는 대신 오히려 A씨의 정보로 개설한 계좌를 다른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했다.
울산지검 검사는 A씨가 대가를 목적으로 인증번호 등을 보이스피싱범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2021년 7월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란 범죄혐의는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전과나 피해 정도, 반성 등을 고려해 검사가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이에 A씨는 대가를 수수·요구하면서 계좌를 전달한 것이 아님에도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려 자신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 청구인(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검찰의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청구인이 접근 매체의 전달을 요구받은 시기는 투자로 수익금 발생을 고지받은 후이므로 인증번호 전달과 수익금 발생은 상관관계가 없고, 단지 자신의 투자금을 출금하기 위한 인터넷 사이트 본인인증 수단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청구인의 접근 매체 전달과 대응하는 경제적 이익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청구인에게 대가를 요구하면서 접근 매체를 전달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