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원영 "그로시, IAEA는 IAEA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책임은 다 각자에게 있다' 답변"
"그로시 사무총장, '바다에 미치는 영향 미미하다 계속 반복"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 기술의 신뢰, 가장 우려스러워"
"정상원전 아냐, 맹독성 물질 있어…오염수 방류 연기, 공동 조사 요구"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한민국 국회의원단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이 10일 오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양이원영 의원(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책단' 소속 양이원영 의원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의 전날 회동에서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로 인해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묻겠나'라는 질문에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고 했다며 그로시 총장의 답변이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양이 의원은 10일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그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못한다고 얘기를 하면 그런 보고서를 갖고 우리가 어떻게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책임을 묻겠나"라는 질문에 그로시 총장이 이같이 답했다고 전했다.
양이 의원은 "그쪽 IAEA는 IAEA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책임은 다 각자에게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고 밝혔다.
이어 "보고서에 방류의 정당화. 정당성이란 건 어쩔 수 없이 방류할 수밖에 없다는 거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최적화의 대안인지 정당한 방류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IAEA가 일반 안전지침에 그것을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그 책임을 일본 정부에 넘긴 것"이라며 "만약 문제가 생길 경우 누가 책임진다는 소리냐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이렇게 얘기한다"고 부연했다.
'그 모두는 한국이나 전 세계 인류를 지칭하는 거냐'라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야당에선 IAEA 보고서 첫 페이지에 "보고서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떠한 결과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를 문제 삼으며 "IAEA의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날 민주당은 그로시 사무총장과 만나 "처음부터 중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일본 편향적 검증을 했다"며 IAEA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안전성 평가' 종합보고서에 대해 '셀프 검증' '일본 맞춤형 조사'라며 정면으로 맹비난을 쏟아냈다.
대책위원장인 위성곤 의원은 "일본이 오염수 해양 투기를 연기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다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IAEA가 이러한 요구에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이 의원은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자신들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해서 바다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그 얘기를 계속 반복해서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희는 그 결론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고 다핵종 제거설비가 제대로 오염수를 처리할 수 있느냐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걸 확인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제기. 이 방류의 정당성, 다른 대안은 없는 건지 확인하는 것도 결국 일본 정부의 책임으로 다 미뤄버린 것에 대한 무책임함 등을 문제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핵종 제거설비가 고장이 얼마나 나고 여기에 들어가는 오염수 상태에 따라서 얼마나 시간이 걸리고, 그 필터는 어떻게 교체를 해야 되며, 나오는 수질은 일정하게 일관성을 가지면서 깨끗한지 등을 검토해야 하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최종적으로 나온 물, K4 탱크의 일부만 시료 채취 한 번만 했다. 그 시료 채취 한 결과도 최종 보고서에는 제대로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이 오염수는 정상 원전이 아니라 핵연료가 녹아내려서 다른 기자재와 뒤범벅된 상태에서 지하수가 흘러 들어온 거라서 거의 진흙탕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오염수는 플루토늄, 아메리슘, 우라늄 같이 굉장히 무겁고 장반감기에 맹독성 물질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방사성 물질이 잘 제거됐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일 IAEA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물을 희석하는 공정은 새롭지 않다"며 "일정한 양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물을 방류하는 것은 한국, 중국, 미국, 프랑스 등 많은 나라에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합 보고서를 발표하며 "일본 정부가 결정했고 IAEA가 검증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IAEA는 오염수 방류는 어디까지나 일본 정부가 결정한 방침이며, 보고서는 이 방침을 추천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양이 의원은 알프스의 처리 기술의 신뢰 문제가 가장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양이 의원은 "완전히 걸러지지 않은 게 삼중수소만 있는 게 아니라 탄소14라는 방사성 물질도 있다. 한번 사고가 난 원전에서 오염 물질을 방류하기 시작하면 전 세계에서 그동안 바다에 더 이상 폐기물을, 쓰레기를 버리지 않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그 약속에는 그 쓰레기로 인해서 인체 피해가 있는지 없는지 검증해서 버리지 않기로 한 게 아니라 바다는 쓰레기장이 아니기 때문에 버리지 않기로 약속을 한 것이 1993년 런던협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 일본이 러시아가 핵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 것에 대한 강력한 항의 때문에 발생한 거였다"며 "이제 와서 일본이 그걸 깨고 바다에 핵폐기물을 버리는 걸 당연시하면 그러면 이게 한 번으로 끝나겠나. 이게 그동안에 약속이 깨지는 시발점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양이 의원이 포함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국회의원단'은 이날 오전 일본 도쿄로 출국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정치인, 전문가, 시민사회와 만나 연대 투쟁을 강화하고 세계 언론을 통해 대한민국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반대 여론을 알리겠다"면서 "안전성이 담보될 때까지 최대한 방류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