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곡물협정, 부자국만 배불려"…UN "식량 안보에 필수불가결"

러 “협정, 부자국가에 대한 우크라 식품의 상업적 수출로 변질”

유엔 식량가격지수 지난해 3월 대비 23%가량 하락해

17일 협정 만기…유엔 “내주 튀르키예서 당사국 협상”

흑해곡물협정 만기를 일주일가량 남겨두고 러시아 측이 협정을 재개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UN(유엔)은 러시아에 세계 식량 안보에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하는 협정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흑해곡물협정을 재개할 근거가 없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거듭 드러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걸프협력이사회(GCC) 외무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흑해곡물협정과 관련해 러시아의 요구조건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유엔의 노력이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빈곤 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했던 흑해곡물협정이 부자 국가들에 대한 우크라이나 식품의 상업적 수출로 변질했다며 협정을 지속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이뤄진 흑해곡물협정이 글로벌 식량 위기를 해결했다는 입장이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유엔은 협정 이래 우크라이나가 3,200만 톤 이상의 옥수수, 밀 및 기타 곡물을 수출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을 20% 낮추는 데 도움을 줬다고 주장한다.

실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식량가격지수는 지난 1년간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해 2022년 3월 대비 23%가량 떨어졌다. 또한 협정이 성사된 지난해 7월 식량가격지수는 140.6포인트였지만 2023년 6월에는 11.6% 하락한 122.3포인트를 기록했다.

당초 120일 기한이었던 협정은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 60일씩 연장됐으며 지난 5월 만기를 하루 앞두고 2개월 연장됐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이 항구 승인을 제한하는 등 규정을 위반하면서 사실상 협정이 무효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흑해는 우크라이나 곡물 대부분이 운송되는 핵심 해상 수출로다. 해마다 4,500만 톤의 곡물을 공급하는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로가 차단된다는 것은 국제 곡물 시장에 큰 위협이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피브데니 항을 통과하는 암모니아 파이프라인 송출 재개와 로스셀호스방크의 SWIFT 복귀 등의 요구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시 흑해곡물협정이 만기 되는 오는 7월 17일 재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 무역 고위 관리 레베카 그린스판은 17일 이전에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며 마틴 그리피스 흑해곡물협정 유엔 수석은 다음 주 튀르키예 수도 이스탄불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당사국들과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흑해곡물협정이 세계 식량안보에서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사무총장은 모든 관련자에게 세계 식량안보를 우선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그와 팀은 이미 이뤄진 진전을 기반으로 협정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