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협정 만기 앞두고 푸틴에 서한
러 농업은행 자회사 SWIFT 연결 제안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곡물을 수확하고 있는 콤바인 <사진 로이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피브데니 항을 통과하는 암모니아 파이프라인 송출 재개와 로스셀호스방크(러시아 농업은행)의 SWIFT 복귀 등을 요구 조건으로 내세우며 오는 17일 만기를 앞둔 흑해곡물협정의 파기를 위협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흑해곡물협정 연장의 대가로 러시아 농업은행의 자회사를 SWIFT에 연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서방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SWIFT에서 퇴출시켰다.
이날 스테판 듀자릭 유엔 대변인은 사무총장이 서한을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비료 수출을 더욱 촉진하고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곡물의 지속적인 선적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연장한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듀자릭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목표는 러시아의 요구조건인 러시아 농업 은행을 통한 금융 거래에 미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동시에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의 지속적인 흐름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EU가 러시아 농업은행인 로스헬호스방크에서 자회사를 만들어 국제 금융 네트워크에 연결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이와 관련해 자회사를 만드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고 SWIFT에 연결하는 데 3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며 EU의 제안을 "의도적으로 실행 불가능하다"고 일축한 바 있다.
흑해는 우크라이나 곡물 대부분이 운송되는 핵심 해상 수출로다. 해마다 4,500만 톤의 곡물을 공급하는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로가 차단된다는 것은 국제 곡물 시장에 큰 위협이다. 앞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흑해곡물협정이 세계 식량안보에서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러시아 측은 요구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시 흑해곡물협정이 만기 되는 오는 7월 17일 재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막혀 전 세계 곡물 가격이 폭등하자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해 7월 체결된 협정이다.
당초 120일 기한이었던 협정은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 60일씩 연장됐으며 지난 5월 만기를 하루 앞두고 2개월 연장됐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이 항구 승인을 제한하는 등 규정을 위반하면서 사실상 협정이 무효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