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협정 초기 인도주의적 의미 왜곡"…부국·투기꾼만 배불려
SWIFT 복귀 및 암모니아 송출 재개 등 5가지 요구조건 내세워
"조건 충족 시 즉시 협정에 복귀할 것"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사진 로이터>
17일 러시아가 만료된 흑해곡물협정의 재연장을 중단하며 전 세계 식량 안보 위기가 커지고 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로 막힌 자국의 곡물과 비료 수출을 촉진하고자 하는 자국의 요구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협정을 재개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당초 흑해곡물협정이 가졌던 인도주의적 목적이 왜곡됐다고 비난했다. 그는 "처음에 곡물협정의 본질, 의미는 엄청난 인도주의적 의미를 갖는다"며 "서방은 이 본질을 완전히 무력화하고 왜곡했으며 실제 도움이 필요한 국가를 돕는 대신 곡물 거래를 정치적 협박에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곡물협정이 빈곤국보다 부유한 국가와 초국적 기업 및 글로벌 곡물 투기꾼의 배를 불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자국의 요구조건이 충족된다면 즉시 곡물협정의 협상에 복귀할 것이라는 러시아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의 요구 조건은 △러시아 농업은행(로스셀호스방크)의 SWIFT(국제간은행결제시스템) 복귀 △러시아에 대한 농업 기계 및 부품 수출 재개 △러시아 선박 및 화물에 대한 보험 및 항구 접근 제한 해제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위치한 암모니아 송출 파이프라인 재개 △러시아 비료 기업의 계정 및 재무 활동 차단 해제로 총 5가지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가 이전에 합의한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면 우리는 즉시 협정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흑해는 우크라이나 곡물 대부분이 운송되는 핵심 해상 수출로다. 해마다 4,500만 톤의 곡물을 공급하는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로가 차단된다는 것은 국제 곡물 시장에 큰 위협이다. 앞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흑해곡물협정이 세계 식량안보에서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막혀 전 세계 곡물 가격이 폭등하자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해 7월 체결된 협정이다.
당초 120일 기한이었던 협정은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 60일씩 연장됐으며 지난 5월 만기를 하루 앞두고 2개월 연장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피브데니 항을 통과하는 암모니아 파이프라인 송출 재개와 로스셀호스방크의 SWIFT 복귀 등을 요구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협정 만료일인 지난 17일 이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를 겨냥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유엔의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결정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일격을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 대사도 "(러시아가) 인류를 인질로 잡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맞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지속적인 식량 무기화"를 비난하며 협정 복귀를 촉구한 미국 및 서방을 겨냥해 "파렴치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아프리카 최빈국은 협정의 가장 적은 혜택을 받았지만, 러시아는 그들에게 무료로 곡물을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