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로비공판은 답답함의 연속이다. 증인으로 나선 당시 (주)위아의 실무대표인 김 某부사장과 재경담당 한 某 당시 부장이 돈을 준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때문.
또한 일부 변호인들과 재판장으로부터 증인들의 모르쇠 증언에 대한 배후에 로비연루를 피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종석 부장판사)의 심리로 속행된 현대차 로비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당시 (주)위아의 재경담당인 김 某부사장은 뇌물공여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이 "김동훈씨가 누구에게 얼마의 돈을 줬는지 얘기했나"는 질문에 "구체적인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으며 부서나 직책 등에 대해서는 얘기를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부사장은 또 "돈이 선집행됐는지, 언제 지급됐는지, 한 某 부장이 보고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해 돈을 준 구체적인 대상을 김 부사장에게 말했다는 로비스트 김동훈 안건회계법인 대표의 진술에 대한 진위 논란이 다시 제기됐다.
김 전 부사장은 "2001년 김동훈씨와의 만남에서 김동훈씨가 재경부 및 산업은행 관계자와 만나서 채무탕감문제를 처리하겠다고 한 것을 기억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돈을 전달했다는 사람에 대해 채권은행과 감독기관 정도로 얘기한 것으로 기억하지 구체적으로 재경부나 산업은행이라고 하는 내용은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로비자금의 전달과정에 대한 변호인들의 질문에 "실제로 로비자금이 전달됐는지 확인할 생각은 안 해봤다"며 "확인할 길이 없지 않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이에 김유성 피고인의 변호인은 "증인의 증언에 따르면 김동훈씨에 대해 거의 모르면서 수십억원을 전달하는 엄청난 일을 맡긴 것인데 증인이 아닌 배후의 더 큰 인물에 의해 그냥 김동훈씨에게 맡긴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종석 재판관도 "도대체 증인이 아는 것이 뭡니까"라며 "모든 로비자금에 대해 김동훈씨와 의견을 나눈 유일한 사람이며, 채무 탕감에 대한 중대한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었던 증인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따져 물었다.
재판관은 또 "당시 현대차 재경사업부장, 기획조정실 등에서 중대한 업무를 담당하던 증인이 갑작스럽게 위아의 부사장으로 취임한 것이 과연 일상적인 인사인가"라며 김 전 부사장의 당시 보직변경에 의문을 던지고 "변호인들이 의문을 제기한 것처럼 위아의 채무탕감은 누군가가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그룹차원의 움직임 혹은 현대 기조실 차원에서 로비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고 캐물었지만 김 전 부사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동훈 피고인도 "돈을 건낼 때마다 관련직함, 이름, 기능 등을 김 전 부사장에게 다 말했다"고 밝혔으나 김 전 부사장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그냥 신세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야한다고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동훈씨는 증인으로 나선 이전 공판에서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현대차의 어떤 높은 분은 로비대상에 대해 알고 계신다"고 증언한 바 있다.
다음 공판은 추석연휴 때문에 2주 후인 10월 9일에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