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광풍에 "업사이드 작다고 봤는데 잘못된 판단"
"중소형주는 기대수익률도 리스크도 높아"
"얼마나 떨어질지는 분명히 알 것...과감히 정리해야"
"경기관련주 관심...2차전지 수급 이동할 것"
◆…유명상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주식운용1팀장은 지난 20일 조세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세일보는 2014년 현대자산운용에 입사해 주식운용 및 리서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유명상 팀장과 최근 주식 동향과 관련해 이날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 팀장은 회사의 대표 펀드인 현대강소기업펀드와 함께 주요 연기금의 중소형주 자금을 운용 중이다.
그는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은 투자한 현금을 회수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이제는 성장주라기보다는 가치주라고 봐야 한다"며 "섹터 내 하단에 있는 종목을 살펴보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 판단해 스터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극재는 이미 시장에서 너무 높은 밸류를 평가받고 있다. 시총이 많이 올라온 상황인 만큼 업사이드(상승여력)가 있는 종목을 발굴하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라며 "에코프로 같은 양극재보다는 음극재, 첨가제, 분리막 등 다른 쪽 종목을 발굴하려고 한다. 좀더 저평가받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걸 고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에코프로 그룹주 투자 광풍에 대해서는 "이것도 시장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코프로가 1~2년 전만 해도 작은 회사였는데 급성장했다. 추가적인 업사이드가 크지 않다고 봤었는데 잘못된 판단이었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서 시장을 따라갈 생각은 없다. 2차전지 산업은 계속 발전할 테니 수혜를 받을 기업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팀장은 반도체 업종과 관련해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섹터에서 큰 수익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급하게 따라가기보다는 찬찬히 스터디하고 있다.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 비중을 확대하자는 생각"이라며 "국내엔 엔비디아 수혜주가 잘 없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수혜를 볼 기업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강소기업펀드는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현대자산운용의 간판 상품이다.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100위 아래 종목 중 각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량 중소기업 40여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지난달말 기준 펀드 운용규모는 350억원으로 연초 대비 277% 급증했다.
유 팀장은 "업종당 비중을 두진 않고 종목당 최대 7%로 담고 있다. 더 매력적인 업종과 종목이 나타나면 기존 주식을 교체하며 50개를 넘지 않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소형주 투자는 기대수익률이 높다. 삼성전자가 2배 오를 때 반도체 밸류체인에 있는 중소형주는 10배 오를 수 있다"며 "물론 좋았던 수익률이 급격히 나빠질 수도 있다. 리스크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얼마나 오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빠질 때는 분명히 안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공부하고 리서치하다 보면 '앞으로 더 좋아지긴 쉽지 않다'는 판단이 드는 시점이 있다"며 "그럴 때는 주가가 오르더라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절대적인 수치를 잡고 몇 프로 오르거나 떨어지면 정리하겠다는 원칙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펀드는 5월말 기준 오락문화(16.78%), 운수장비(11.76%) 등에 높은 비중으로 투자했다. 유 팀장은 "엔터주는 지속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유지하겠지만 작년과 비교했을 때 현재 주가 매력도가 떨어지는 구간"이라며 "2차전지와 반도체 섹터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올라가고, 경기가 개선되면서 산업 섹터가 유망해지면서 엔터주 비중을 지금은 좀 줄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역시 전기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주목해 1분기부터 계속 가져갔던 종목"이라며 "최근에는 주가가 많이 올라서 비중을 일부 줄였지만 밸류체인에 있는 중소형주를 사보려는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유 팀장은 하반기 경기 개선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경기선행지수나 ISM제조업지수, 신규주문지수 등 경기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건설, 기계 등 경기관련주를 눈여겨보고 있다. 작년부터 실적이 좋았다"며 "경기가 안 좋은데 실적이 좋아 피크아웃(고점통과)될 거란 논리가 계속 있었는데, 지금 경기가 턴어라운드(반전)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만큼 그런 우려가 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매크로가 좋아지면 성장주보다 경기관련주 위주로 시장의 색깔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며 "지금은 2차전지가 모멘텀이 있고 성장성이 좋으니 몰려있지만, 경기가 개선되고 실적이 좋아지는 국면이 1~2분기 지속되면 수급이 빠져나와 다른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긴축기조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유 팀장은 "현 시점에서 금리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금리가 인하된다 해도 폭이 작을 것이고, 인상된다 해도 한두번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금리도 고려해야 한다. 금리하락 국면에서 대형주보다 '꿈이 있는' 중소형주 투자가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