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공론화할 때…전문가들 '증세' 입 모았다

27일 발표된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두고 조세전문가들은 복지 재원 마련책이 부족하다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재정수지 적자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감세 기조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우려에서다. 이에 세입기반을 늘리는 기존 방식에 더해, 새로운 재원 발굴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라 향후 5년(2024~2028년)간 약 3조원(누적법)의 세수가 줄어든다. 민간연구단체에서는 작년과 올해 초 이뤄진 세법개정으로 5년간 세수 감소는 89조원에 달한다고 봤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활력·민생 안정 및 구조적 위기 극복 역량 강화'라는 (정부의)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 당장 정부가 할 일은, 수년간 반복한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사회연대세·탄소세 등을 도입해 세입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도 "재정준칙을 도입해, 재정준칙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할 경우 자동적으로 증세를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세와 재정건전성'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는 만큼, 재정적자 위기땐 세금을 제대로 걷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증세를 하되 '국민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증세를 하더라도 어떤 세목을 늘릴지 납세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되려 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기업들의 투자를 일으키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해야 한단 목소리도 있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속적인 감세기조가 기업살리기를 통한 민간주도경제를 활성화해, 중장기적으로 세수증가에 의한 재정건전성의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문가 답변.(가나다 순)

Q. 2년째 '세수감소' 세법개정으로, 재정건전성 유지할지 주목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떻게 평가하는지.

정부 의지가 없다. 재정준칙을 도입해 국가의 채무와 적자 예산을 편성하게 해야 하고, 이에 강제력을 부여해 세수입이 정해지면 이에 따른 세법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현재 여러 가지 이유로 세수가 펑크 나는 상황이라 재정건전성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경기 침체로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조치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기재부 쪽에서는 세수펑크에 대한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세법 개정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기회발전특구'도 초기에 세수가 감소할 순 있지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부합되게 방향을 가져가다 보면 세수가 증가하는 시기가 온다. 세수 부족한 시기에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을 펴는 것 때문에 '텍스 인센티브'에 인색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조금 더 길게 보고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전례없다는 인식을 줄 수 있을 만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특색에 맞게 가야 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올해 40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세수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내년부터 법인세 등 부자감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경기전망도 어두워지면서 세수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를 의식하고 있는 듯, 최근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와 공공기관 등을 상대로 예산요구안 삭감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이와 같은 긴절한 재정상황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당장 내년에만 7000억원이 넘는 세수가 줄어들고 향후 5년간 세수 감소는 40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경기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경제 활력을 도모하고, 민생회복을 견인하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하지만 내년부터 본격화될 부자 감세 효과를 그대로 둔 채, 세입 확대 방안이 아닌 또다시 감세 일변도의 내용이 담긴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보면, 과연 이 정부에게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 회복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이번 세법개편안은 경제 활성화보다는 저출산·고령화대책 등 서민안정화에 더 중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소득세는 감세기준를 유지했지만, 법인세는 오히려 증세하는 세수효과를 낳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최근에 세수감소 등으로 악화된 재정상황을 완화하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다. 다만, 작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1%p 인하한 것과 내년 이후 반도체·바이오 등 최첨단 국가전략기술산업에 대한 세제지원 등으로 경기회복이 예상됨에 따라 세수증가를 통한 재정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향후 기업살리기를 통한 민간주도 경제에 집중하는 법인세율 인하 및 과세표준 단순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Q. 역대급 세수 부족(또는 적극적 재정 요구)을 증세로 뒷받침해야 한단 얘기도 나오는데.

재정준칙에 따르되, 재정준칙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할 경우, 자동적으로 증세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 비과세나 세금지원을 대폭 줄여야 하며, 특히 부가가치세 분야는 EU의 부가가치세 지침과 비교해 비합리적인 면세범위 등은 축소해야 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증세를 하더라도 어떤 세목을 늘릴지 납세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종부세 같은 경우, 자꾸 정치적인 색깔에 따라 종부세 늘리면 세수가 늘텐데 왜 줄였냐라고 말하는 쪽도 존재한다. 이건 세수를 늘리는 것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늘릴만한 세목이 아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어떤 세금이든 다 늘려도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수긍하고 납득할 명분이 있는 세목에서 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다면 증세할 수 있지만, 종부세는 재산세와 겹치기도 하고 너무나 가혹할 정도로 금액이 많다. 어떤 특정층의 엄청난 희생을 강요하면서 세수를 늘리는 것은 잘못됐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감세정책이 경제를 살릴 것처럼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를 통한 구조적 위기 극복은 어불성설이다. 경제 활력·민생 안정 및 구조적 위기 극복 역량 강화라는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 당장 정부가 할 일은, 수년간 반복한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사회연대세·탄소세 등을 도입해 세입기반을 확충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세수부족 등 재정건전성 악화는 주로 경제상황의 어려움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세율인상으로 세수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율인상에 의한 세수확보를 하더라도 이는 매우 단기적으로 효과만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세수확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기업살리기를 통한 경제활성화가 중요하다. 지속적인 감세유지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세와 소득세 등이 OECD국가중 상위권에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증세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법인세는 국제적 조세경쟁의 대표적인 세금이라는 측면에서 법인세율 인상을 통한 세수확보는 국제경쟁력의 차원에서 시도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인세율 인상 등 증세를 통한 세수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오히려 법인세율 인하 등 지속적인 감세기조가 기업살리기를 통한 민간주도경제를 활성화해 중장기적으로 세수증가에 의한 재정건전성의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