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명의 우리나라 국가공무원이 수십·수백 명의 외국인 전문가들보다 훨씬 뛰어난 세수추계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타나 진정한 일당백인지 여부에 관심.
지난 27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06년 세입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세 세입예산으로 잡았던 135조3336억원에 비해 약 2조7000여억원 가량 차이가 나는 138조272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오차는 전체 세입예산의 2% 수준으로 외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재경부의 설명이다. 일본은 오차가 10%를 넘는 경우도 있었고, 미국·유럽 등에서도 세수추계를 잘못해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특히 올해 세입전망 및 내년 세입예산 추산업무를 재경부 세제실 직원 2명이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조세기획심의관실 조세분석과를 신설해 세입예산 업무를 담당하게 됐지만 실제로 세수추계를 위해 주어진 시간과 인력은 너무 짧았다.
그럼에도 외국보다 오히려 낮은 오차를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28일 국회 예산정책처 및 재경부 등에 따르면 외국은 5년 이상 단위의 중장기 세수추계를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매년 세수추계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세수 오차가 적게 나타나게 된다.
우리나라의 세수추계는 전년도 세수실적에 대비해서 몇 가지 항목을 고려해 단순히 증가율을 점증적으로 곱해서 산출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적은 인력으로도 오차율이 크게 나올 수 없다는 것(일단 오차율의 적정선이 몇 % 수준인지는 논외로 접어두고).
반면 외국은 일정한 모형에 따라 수십~수백명의 외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세수추계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따져보기 때문에 실제 징수실적과는 오차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순히 적은 인력으로 외국보다 오차율이 작은 세수추계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최근 정부는 중기 혹은 장기 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는데 그렇게 가려면 지금의 세수추계방식으로는 힘들다"면서 "외국처럼 모형에 따라 통계 및 조세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스템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재경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8월부터 국회예산정책처, 한국개발연구원, 조세연구원 등과 T/F팀을 구성해 정확한 세수추계방식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T/F팀에서 논의되는 부분은 실무적인 세입예산을 짜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방향 차원에서 올바른 세수추계를 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올해 초에는 내부적인 문제에 따라 국회예산정책처 담당자들이 팀에서 빠진 상황이다.
재경부는 올해부터 조세분석과 신설을 통해 기존 조세정책과에서 담당하던 세입예산업무를 더욱 세밀하게 살펴보겠다는 방침이지만, 세수추계를 잘 짜는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T/F팀조차도 삐걱거리고 있어 앞으로도 세수추계는 당분간 일당백의 계산기에 의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