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서 버스 대절 참가...도심 4개 차로 가득 메워
"아이들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권 보장된 교육현장 요구"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참석해 팻말을 흔들고 있다. 2023.7.29 사진=연합뉴스
"우리는 학생들과 함께 나아가고 싶으며, 성장하고 싶다. 아이들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권이 보장된 교육현장을 요구한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추모하고 교육권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일대에서 지난 22일에 이어 두 번째 집회를 열었다.
이날 폭염이 기승을 부린 날씨에도 검은색 상·하의에 검은 마스크를 쓴 교사들은 교육현장의 교권 침해 실태를 고발하고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온라인에서 한 교사가 자발적으로 제안해 추진된 두번째 집회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교사들이 참가해 청사 인근 4차로 도로를 가득 메웠다. 주최 측은 비수도권 교사 1900명이 버스 45대를 대절해 상경했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3만 2000개 준비한 피켓이 동이 났다"고 전했다
이날 연단에 올라 자유발언에 나선 교사들은 학생 지도 과정에서 겪었던 고충을 털어놨다.
광주광역시에서 21년째 초등교사로 재직 중이라는 한 교사는 지난해 반 친구를 때리는 학생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한 뒤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전했다. 그는 "서이초 선생님 뉴스를 보고 분노, 죄책감, 무력감, 슬픔에 빠졌다"며 "저희는 죽음에 내몰려 있다.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6년차 한 초등교사는 사직을 고려하고 있다며 "일부 학생들의 극심한 수업 방해로 수없이 어르고 달래보지만 작정하고 수업을 방해하고 분노를 조절하지 않는 학생에게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라고 성토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에게 진로진학 지도를 할 때 교대나 사범대를 가지말라고 지도한다"며 "교사가 당하는 폭언과 인격 모독은 교사의 인격을 살해하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교사가 될 학생들의 꿈마저 짓밟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7.29 사진=연합뉴스
주최 측은 "학부모, 학생, 교사 모두에게 정상적이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일념 하에 집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교육당국이 교권 침해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권침해의 원인을 단지 교사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만 돌리지 말라"며 현재 쏟아져 나오고 있는 참담한 교권침해 사례는 연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흐리는 여러 법들과 실효성 없는 대책들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선 서울교육대 교수 102명이 참여한 '교육 정상화를 위한 성명서'가 발표됐다. 102명의 교수진은 성명을 통해 "교사 인권의 추락은 대한민국 미래의 추락"이라며 서이초 교사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교사 인권 회복을 위해 모든 교육 관계자들의 동참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