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항구 잇따라 공습한 러 "흑해곡물협정 조건부 복귀 가능"

크렘린궁 대변인 "요구조건 충족시 즉시 협정 복귀"

에르도안 협정 복귀 촉구에 푸틴 "조건 이행 시" 거듭 강조

러, 흑해 우회로인 우크라 다뉴브강 수출항구 연일 공습

곡물창고 등 파괴…"러 공습으로 곡물 4만톤 피해"

흑해곡물협정이 중단된 후 이를 우회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항들에 연일 공습을 이어온 러시아가 조건이 충족된다면 협정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내세운 요구조건이 이행될 시 흑해곡물협정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는 너무 오랫동안 일방적으로 (곡물협정에 따른) 모든 의무를 반면 러시아에 대한 의무는 너무 오랫동안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로스셀호스방크(러시아 농업은행)의 국제은행간결제시스템(SWIFT) 제재 해제 등을 언급하며 "(협정 복귀를 위해) 유럽 국가들은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조건은 신속하게 이행될 수 있다"며 "그러면 러시아는 즉시 곡물 거래 이행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레제프 타잉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흑해곡물협정 재개를 논의했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을 언급하며 협정 재개를 촉구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협정 체결 당시 약속한 의무를 이행하는 즉시 협정을 재개할 것"이라는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요구 조건은 △로스셀호스방크의 SWIFT 복귀 △러시아에 대한 농업 기계 및 부품 수출 재개 △러시아 선박 및 화물에 대한 보험 및 항구 접근 제한 해제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위치한 암모니아 송출 파이프라인 재개 △러시아 비료 기업의 계정 및 재무 활동 차단 해제로 총 5가지다.

러시아는 지난달 17일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가능하게 한 흑해곡물협정을 중단했다. 흑해는 우크라이나 곡물 대부분이 운송되는 핵심 해상 수출로다. 앞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흑해곡물협정이 세계 식량안보에서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EU를 통한 육로와 다뉴브강을 대체 경로로 설정해 곡물 수출에 이용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름반도 드론 공격에 대한 보복 공습이라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 공습을 퍼붓고 다뉴브강의 곡물 기반 시설을 공격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봉쇄하고 있다.

전날에도 러시아는 루마니아 국경과 가까운 우크라이나 오데사 이즈마일 항구의 곡물 시설을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창고와 곡물 하역용 엘리베이터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러시아의 이즈마일 공습으로 중국, 이스라엘뿐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들로 향하던 곡물 4만 톤이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