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사과할 일 아냐' 태도의 혁신위원장 '필요 있겠나' 지적"
안민석 "의원들 텔레그램방에서 '사퇴' 이야기 오갔다"
"사퇴는 尹정권 원하는 일, 안타까워…이제 실수 용납 안돼"
김은경 "혁신의 의지는 그대로 간다"
◆…3일 용산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김호일 회장이 노인폄하 발언 사과를 위해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과 면담 중 위원장의 뺨 대신 사진을 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노인 비하' 논란을 일으킨 자신의 발언에 대해 3일 "어르신들의 마음 상하게 한 점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청년간담회에서 "미래가 짧은 분들" 발언으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유감 표명으로 버티던 김 위원장이 뒤늦은 사과에 나선 것이다.
혁신위원회 대변인이 지난 1일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한 이후 김 위원장은 전날 춘천에서 열린 강원도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교수라서 철없이 지내 정치 언어를 잘 모르고 깊이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다"고 하는 등 해명과 유감의 뜻을 밝히긴 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표현의 사과를 하지는 않았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김 위원장 사퇴 주장까지 나오는 등 반발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뉴스앤이슈'에서 "'사과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대변인이 밝혔을 때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건 정말 심각한 사안인데 이 정도의 태도를 보이는 혁신위원장이 필요가 있겠느냐, 이 정도의 지적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전 의원은 "오늘 김 위원장이 직접 사과했는데 그런 내용들을 어느 정도 인지했는지, 이제 실제로 진정성이 얼마나 있는가를 검토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혁신위가 지난 1일 당 혁신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며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친전을 돌린 것도 순서가 뒤바뀐 처사였다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전 의원은 "처음부터 이런 일을 했어야 했다. 처음부터 공개활동을 줄이고 의원들, 당원들에 당이 어떻게 혁신해야 되는가 질문을 먼저 하고 다 모은 다음 의견을 묻고 마지막 의결까지 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이런 실수나 논란들은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 와서 사고는 다 치고 혁신안 설문조사를 하는 것들이 앞뒤 전후가 바뀐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민석 의원도 이날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김 위원장 자진 사퇴 얘기가 당내에 있는지 묻자 "분위기는 사실 갈수록 안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다수의 의원들은 처음부터 '저 사람이 정치를 뭘 알아' 그런 목소리도 참 많았다. 그러면서 잇단 악수를 두시고 이번 설화로 인해 의원들 텔레그램방에선 '사퇴하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에 대해 가장 울타리를 쳐주는 내부자를 치자면 아마 안민석일 것"이라며 "김은경 위원장이 사퇴하면 혁신위원회가 실패하면 누구 좋은 일을 시키는 건가. 그것은 윤석열 검찰 정권이 원하는 일인데 이런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온다는 게 굉장히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안 의원은 "이번 설화를 계기로 이제 더 이상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앞으로 실수하시면 저부터 나서서 혁신위원장 사퇴하라고 제가 나서서 얘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말 피가 철철 넘치는 혁신하시라. 인적 쇄신, 제도 쇄신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22대 총선은 판갈이하는 선거다. 여야가 인적 쇄신을 통해서 공천 혁신하는 선거다. 저도 각오하겠다. 다선 의원들 과감하게 치시라. 야당답지 않은 초선 의원들 치시라. 인적 쇄신 대대적으로 하시라. 피를 묻히십시오. 그렇게 해야 혁신위원회가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총선에서 이길 것"이라고 당부했다.
본격적인 혁신안을 내놓기 전부터 잇단 설화로 오르내리자 당 안팎에서는 해체론까지 거론됐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설화가 생겼으니 (혁신위) 사퇴하라"며 "철이나 좀 들라고 하라"고 매섭게 비판했다.
유 전 총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놓고 빨리 사과했으면 될 것을 별 게 아니라는 식으로 나왔다. 또 양이원영 의원은 기름까지 끼얹어서 일을 키운 것"이라며 "혁신위는 할 게 아니다. (혁신) 해봤자다. 어차피 총선 앞두고 비대위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위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면서 "개딸들 홍위병 노릇 할 게 아닌 바에야 그냥 지금 깨끗이 죄송합니다 하고 혁신위원장 내려놓는 게 민주당을 돕는 길 아니겠나"라며 "이건 또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원로 의원 중 사퇴 얘기가 나온다'는 질문에 "혁신의 의지는 그대로 간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초선 의원에 대해 코로나 시기 학력 저하 학생 같다고 발언하거나 윤석열 밑에서 금융감독원 부원장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고 하는 등 논란을 빚어왔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후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어설프게 말씀드린 것과 마음 상하게 한 것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을 푸셨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호일 노인회 회장은 "투표권을 왈가왈부하니 지금 노인들이 난리도 아니다"며 "당을 망치는 위원장이냐"고 면전에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사진을 들고 "정신 차려"라고 소리치고 여러 번 사진을 때리며 격한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