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마우이섬 산불…최소 6명 사망, 24명 부상

2000여명 대피, 공항 폐쇄...불길 피해 바다에 뛰어들기도

바이든 "가용 인력 총동원해 화재 진압 지시...희생자 유가족 애도"

하와이 본섬과 마우이 섬 등 2개 카운티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관광명소가 불타고 최소 6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하와이주 마우이 카운티는 이날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에 긴급 알림과 보도자료를 내고 "전날 밤과 이날 새벽 마우이섬에서 신고된 산불이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위험 지대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마우이 소방당국에 따르면 쿨라 지역에는 8일 오전 4시50분부터 산불이 발생했고, 이후 리하이나와 킬레이 지역에도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관광시설이 밀집한 리하이나에선 상점과 식당이 불타고 주민 2100명이 대피했다. 마우이의 주요 공항인 카훌루이 공항은 폐쇄됐고 항공편은 전부 취소됐다.

라하이나 타운의 시장인 리처드 비센 주니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최소 6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부상자들은 호놀룰루 등 인근 지역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로이터통신은 마우이 당국을 인용해 "일부 사람들은 연기와 화재 상황을 피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카운티 당국은 해안경비대가 바다에 뛰어든 어린이 2명을 포함해 14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웃티지닷컴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으로 마우이 지역의 약 1만4500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AP는 일부 목격자 진술을 인용해 "수백 에이커(1에이커는 약 4000㎡)가 불에 타고, 정전과 휴대전화 불통 사태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마우이 카운티는 지역 곳곳의 도로와 학교를 폐쇄했다. 미국 적십자사는 마우이 고등학교에 대피소를 열고, 주민과 관광객을 수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하와이 산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와이는 산불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지역이었지만 최근 강수량이 줄고 허리케인 규모가 커지며 화재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현지 기상 당국은 하와이 인근에 자리한 허리케인 '도라' 영향으로 강풍을 타고 불길이 삽시간에 섬 곳곳으로 번졌다고 분석했다.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큰 빅아일랜드 섬(하와이섬) 역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는 현지 시각 이날 오전 5시 기준 허리케인 도라가 하와이에서 남남서쪽 방향 약 795마일(1280㎞)에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구조대원들은 허리케인 탓에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저녁 "모든 사용가능한 연방정부 자산을 총동원해서 하와이 산불과 싸우라"고 지시하고 마우이 섬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희생자 가족들과 현지 피난민들에게 유감을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안경비대와 해군에게 구조작업 지원을 지시했으며 해병대도 블랙호크 헬기들을 산불 진화에 투입하도록 했다. 하와이 주방위군은 치누크 헬기들을 동원해서 진화와 구조 작전에 나서고 있다.

하와이 주정부는 마우이 섬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계인 실비아 루크 하와이 주지사 대행은 현재 여행 중인 조시 그린 주지사를 대신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하와이 주방위군을 동원해 피해 지역 지원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