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덜 풀고, 감세만…시민단체가 尹예산안 비판한 까닭

내년 예산 657조…2005년 이후 역대 최저

경실련 "재정건전성 탈 쓴 정부역할 방기"

巨野선 "6% 이상 늘려라" 국회심의 험로 예고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2024년 예산안(지난달 29일 발표)'을 두고 시민단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데도, 돈을 덜 푸는 이른바 '짠물 재정'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반면, 감세 정책 기조는 고집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되려 재정건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스스로 선언한 재정건전성 목표도 지키지 못한 모양새다. 앞서 지난해 정부는 예산안(2023년도)을 발표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올해 발표된 예산안에 따른 재정수지는 마이너스(-) 3.9%다.

경실련 "증세방안 마련해 적극적인 재정 펼 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1일 낸 논평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계속되는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언제든 물가와 환율이 급등할 우려가 있으며, 지속적인 무역적자로 인해 경제위기가 증폭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의 이번 예산안은 건전재정의 외피를 두르고 국가경제를 위해 정부가 응당 수행해야할 기본적인 역할마저 방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미래 투자를 외면하고 선심성 예산을 편성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구집급여액과 사회보험료 지원 규모가 각각 2695억원, 2389억원이 감소했다. 민생 관련 예산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을 담보할 수 있는 핵심예산인 연구개발(R&D) 예산은 5조2000억원이나 깎였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작년보다 4.6%나 늘었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도 감세 정책은 고집한다는데 있다. 계속되는 감세 기조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있어서다. 경실련은 "윤석열 정부는 말로만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법인세·종부세·상속증여세·양도소득세 등 재벌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감세정책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재원을 담보할 수 있도록 조세부담능력이 충분한 계층을 대상으로 증세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또 "예산편성 권한이 정치보복의 수단 등으로 남용되는 것 아닌가 우려를 낳는 경우도 있어선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 성장을 담보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심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재정의 역할을 포기한 예산안'이란 목소리는 또 다른 시민단체도 마찬가지였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9일 논평을 통해 "하반기 경제방향에서 밝힌 내년 경제성장률 4.7%를 감안하면 사실상 지출을 크게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주요 수출국인 중국경제가 급랭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까지 이렇게 줄이는 것이 적정한지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다수 의석을 가진 야권을 중심으로도 비판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을 국민·민생·성장·평화·미래를 포기한 '5포 예산'이라고 규정했다. 국회에서 예산안 처리에 험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앞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면서 "정부는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6% 이상으로 늘려서 다시 국회에 제출하기 바란다"고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