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러시아 은행과 기업 자산 제재 일부 해제 제안
러, 이전에도 암시했지만 이행하지 않아 회의적 입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오른쪽)과 하칸 피단 터키 외무장관이 2023년 8월 31일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유엔이 러시아의 파기로 중단된 흑해곡물협정을 재개시키기 위해 러시아 은행과 기업 자산에 대한 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새로운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현지시간) 타스통신은 튀르키예 아나돌루통신을 인용해 유엔은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을 통해 러시아 농업은행의 자회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 복원하고 유럽 내 러시아 비료 회사의 유럽 동결 자산을 해제하는 등 협정 재개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농업은행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 대상에 올라 SWIFT에서 퇴출된 기관 중 한 곳이다.
앞서 하칸 피단 터키 외무장관은 지난달 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튀르키예와 유엔의 새로운 제안 패키지가 협정 재개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아나돌루 통신의 보도와 관련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자하로브 대변인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UN 제안에 새로운 것이 없다며 "이전에도 이 모든 것이 암시되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미하일 갈루진 러시아 외무차관은 타스통신에 "러시아의 요구 조건은 변함이 없다"며 "이 조항이 이행된다면 흑해곡물협정 재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체결한 흑해 곡물수출협정을 자국과 관련한 조항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7월 파기했다.
러시아가 제시했던 요구사항에는 ▲러시아산 비료 수출 제한 철회 ▲러시아 농업은행의 SWIFT 결제망 복귀 ▲러시아에 대한 농업용 기계장비 및 부품 공급 재개 ▲러시아 선박의 해상보험 가입 및 외국 항구 기항 권리 회복 ▲러시아 기업 자산의 동결 해제 ▲톨리야티와 오데사를 잇는 파이프라인 운영 재개 등이 있었다.
흑해곡물협정 재개 문제는 오는 4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