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후 대러시아 제재로 공장 가동 중단
중국산 자동차 점유율 11.4% 기록하며 급성장
◆…모스크바 류베르츠시의 한 대리점에서 중국 체리자동차 서브 브랜드인 제투어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한국 완성차 업체들이 러시아 공장 가동 중단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러시아 연방 통계청인 유럽비즈니스협회(AEB)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러시아 시장에서 총 6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이 0.01%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는 전년(2892대) 동월 대비 99.9% 감소한 수준이다. 올 1~8월 누적 판매량은 1605대로 전년 동기보다 96.5%나 줄어 누적 점유율은 0.4%에 그쳤다.
기아의 지난달 판매량은 77.3% 급감한 909대였으며 점유율은 1.5%였다. 누적 판매량(1~8월)은 8466대로 84.2%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까지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는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연간 23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는 소형 세단 솔라리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 등을 양산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그러나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인해 주요 부품 공급이 어려워지자 올해 초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현대차 러시아 법인(HMMR)은 지난해 230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 순손실 규모는 2270억원을 넘었다.
반면 중국 브랜드는 가파른 속도로 러시아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불과 2년 전만해도 중국 자동차가 러시아 시장에 판매한 차량은 총 8만 대도 되지 않았다. 같은 해 기아와 현대는 30만 대를 팔았다.
중국은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참여하지 않아 자국에서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자동차 부품을 러시아로 보내는 데 어려움이 없다. 러시아 공장을 직접 가동하고 있는 중국 창청자동차는 지난달까지 점유율 11.4% 기록하며 러시아 현지 브랜드 라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중국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40%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가 러시아 생산법인을 매각하고 철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러시아 현지 매체는 러시아 자동차 업체인 아브타토프나 국유기업인 중앙자동차엔진과학연구소(NAMI) 등에 매각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러시아 산업통상부는 이달 아브타토프가 제안한 '현대차 공장 생산 현지화 방안'에 대한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만약 현대차 공장이 러시아 업체에 매각될 경우 헐값에 넘길 가능성이 높다. 최근 러시아 정부가 자국 내 외국 기업들의 잔류 자산을 국유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월 네덜란드 맥주회사 하이네켄은 러시아 사업 부문을 단 1유로(약 1430원)에 러시아 업체에 매각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