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태양광 패널 갈등처럼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것"
독일 자동차 제조업계 우려…"보복 위험 있어"
中, 원자재 등 주요 공급지인 만큼 실제 관세 조치 여부 불확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 전기차 제조사 니오 쇼룸 <사진 로이터>
중국의 급증하는 전기차 수출로 인해 유럽 내 수백만 개의 자동차 산업 일자리가 위험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조사에는 최대 9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새로운 관세가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소식통은 관세가 향후 27.5%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따라 EU와 중국의 무역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도 10년 전 태양광 패널을 둘러싼 갈등을 언급하며 이번 EU의 조치가 양측의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봤다.
지난 2013년 EU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덤핑 혐의로 11.8%의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과의 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덤핑 관세를 47.6%로 올리기로 하며 양측 간 무역 전쟁이 발발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산 포도주에 대한 반덤핑, 반보조금 조사를 실시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중국이 EU의 주요 원자재 및 부품의 공급지이자 독일 자동차의 주요 시장인 만큼 실제 관세 조치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도 중국 시장에 가장 많이 노출된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 자동차 로비스트는 매체에 "비즈니스 관점에서 볼 때 보복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과의 탈동조화(디커플링)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관세 조치는 유럽 입장에서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앞서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했다"며 중국 정부의 재정 지원이 중국산 자동차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로 넘어가고 있는 전환점에서 대응 조치 없이는 이미 전 세계 배터리 생산량의 60%를 통제하고 있는 중국이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가운데 발표된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EU 집행위의 발표를 환영하고 나섰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 장관은 "조사를 환영한다"며 "이러한 보조금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유럽은 반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 또한 "이는 불공정 경쟁에 관한 것"이라며 "고성능 저비용 자동차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만드는 숨겨진 직간접적 보조금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