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조세소송 패소사건 분석하니
패소 원인서 '사실 판단' 가장 큰 비중
국세청선 패소율 따져 인사에 반영 중
"정량평가 위주 한계보완 필요" 목소리
"패소분석땐 全부서 참여해 법령 개선"
◆…박정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5일 열린 '2023 국세행정포럼'에서 "과세책임성 강화를 위한 인센티브 및 불이익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 연합뉴스)
'부실과세' 책임자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국세청 내 과세품질평가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는 행정심(심판·심사청구)과 조세소송의 패소율(또는 인융률)을 따져 근무성적을 매기고 있는데, 이렇게 패소율로만 따졌을 때는 과세품질평가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과세품질을 개선한 노력까지 더해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박정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15일 국세청 산하 국세행정개혁위원회, 조세연이 주최한 '2023 국세행정포럼'에 참석, '조세불복 현황 분석을 통한 과세품질 개선'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재 국세청은 조세불복의 패소율을 낮추고자 과세 전·후에 걸쳐 과세품질 관련한 여러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불복 패소율은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액이 50억원 이상인 고액 조세소송 사건의 패소율은 33.8%로, 전체 사건의 패소율(11.2%)과 3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박 연구위원은 "고액소송 패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신종자산·거래 유형 등장 등 불복 증가유인이 있으므로 현행 과세품질 관련제도의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이 최근 5년(2018~2022년)간 조세소송에서 패소한 사건(최종심 기준, 769건)을 분석한 결과, 법조문으로는 국세기본법 제14조에서 규정한 '실질과세'를 두고 다툰 사건이 가장 많았다(53건). 상속·증여세법상 취득자금의 증여 추정(제45조)도 32건으로 적지 않았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최종심 216건의 패소원인을 분석한 결과에선, 사실판단(135건)이 법령해석(81건)보다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세품질을 높이려고 만든 게 과세품질평가제다. 직원별로 일정기간 동안의 과세 대비 인용률을 평가해 상위자에겐 인센티브(표창·전보우대 등)를, 하위자에겐 불이익(특별승진 배제 등)을 주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정량평가 위주의 한계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①연도별 과세품질 개선 여부와 연계해서 불이익 대상자를 정하고 ②과세경위도 심층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령해석차이 패소땐 제도개선으로 연계해야"
박 연구위원은 "패소사건의 경우 그 원인을 유형별로 분석해서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반복적인 불복·패소 방지를 위한 실효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액·중요사건은 패소원인분석 결과에 대해 관련 부서가 모두 참여해 법령·제도개선 등 근본적 개선대책·이행절차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사실판단 차이 패소는 '빈발쟁점'을 관련부서에 통보해 사전검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단 목소리다.
국세청 내 자문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국세청은 사안의 유형·중요성에 따라 단계별로 자문제도(법률자문, 사실판단)를 두고 있다. 과세 전 단계부터 과세논리와 증빙에 대해 검증한다는 차원에서다. 박 연구위원은 "제한된 인력으로 인해 자문수요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자문결과에 대한 사후평가 등 피드백이 필요하다"며 "자문제도별 불복현황 및 활용도 등 성과평가를 진행해서 평가결과에 따라 전문인력 등 활용도 제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패소사건 관리·사후분석과 관련해선 "소송자료의 원스톱 입력체계 구축 및 패소원인 분류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해 비일관성 개선·자의성 개입여지를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이 포럼에서 "과세품질은 국민의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납세자의 권리는 빈틈없이 보호하면서도 국세청의 정당한 과세는 유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