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전공정 업체 매출 가뭄에 몸살… 후공정 기업은 선전

21개 반도체 소부장기업 매출 전년 상반기보다 15.9% 감소

전공정 장비기업 주성엔지 테스 한미반도체 매출 반토막

하나마이 엘오티베큠 두산테스나 후공정업체 성장세 돋보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반기 극심한 불황을 겪은 여파로 21개 주요 상장 반도체 장비/테스트/패키징 기업들의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5.9%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세일보가 이들 기업의 상반기 매출을 집계한 결과 주성엔지니어링 테스 한미반도체 등 중상위권 기업은 작년 상반기의 절반에도 못미치며 업계 최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이 기업들은 반도체 기업의 실적 하락에 따른 영향을 있는 그대로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하나마이크론 엘오티베큠 AP시스템 두산테스나의 경우 후공정 업체인데다 사업다각화에 나선 결과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보여 대조를 보였다.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반도체 경기 둔화로 반도체 설비 투자 수요가 대폭 감소되면서 매출도 줄었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칩 제조기업의 매출감소 폭(삼성전자 48.6%, SK하이닉스 51.8% 감소)에 비하면 선방했다.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장비로 사업다각화를 이룬 기업들 덕분에 메모리 불황의 충격을 그만큼 줄일 수 있었다.

사업다각화 성공한 기업 매출 상대적으로 양호
에스에프에이, AP시스템 등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장비로 사업다각화를 이룬 기업들은 매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장비 비중 14%, 디스플레이 장비 비중 35%로 주요 사업이 다각화 되어 있으며 금년 상반기에는 신사업인 배터리 전극 공정 장비 매출 비중이 50%를 기록하며 호조를 보였다.
      4위에는 전년 상반기 대비 45.8% 매출 신장한 엘오티베큠이 뛰어올랐다. 이 회사는 전년 상반기 업계 15위에서 퀀텀점프를 이루었다. 최근의 업황 부진에도 2개 반기 연속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이차전지 공정에 필요한 진공펌프를 주력으로 하고 있어 특정 업종의 경기 변화에 영향을 적게 받으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누렸다. 반도체 분야도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전 범위에서 수요가 발생하고 있어 매출신장에 유리했다. 국내 42.9%, 해외 57.1%의 매출 비중을 보이고 있어 고객사 분산도 양호했다.
 
메모리 비중 높고 전공정 장비기업 매출감소 폭 커 
제우스는 디스플레이 부문 5.2%, 반도체 장비 부문 67.6%로 매출이 반도체 장비에 집중되어 있어 매출 감소를 피해 갈 수 없었으나 업계 순위는 7위에서 6위로 올랐다. 매출이 상시 꾸준하게 발생하는 유지보수 등 용역 매출이 30%를 차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는 양호한 10.7%의 매출 감소율을 기록하였다.

이오테크닉스와 에스티아이는 비교적 높은 국내 매출 비중과 반도체 장비 매출의존도에 의해 업체 평균을 다소 넘는 매출 감소율을 보였다. 이오테크닉스는 업계 5위에서 7위로 밀려나고 에스티아이는 9위의 자리를 지켰다. 두산테스나는 후공정 중 테스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주로 웨이퍼 테스트에서 매출이 발생한다. 이 회사는 전년 상반기 1158억 원에서 1636억 원으로 41.3% 매출이 신장하면서 업계 순위 21위에서 8위로 올랐다. 내수 19.3%, 수출 80.7%의 매출 비중을 보이는 등 매출처가 다변화 되어 큰 폭의 매출 신장을 보였다.

중하위권 기업은 대부분 매출이 감소하였는데 와이아이케이와 GST는 각각 0.3% 증가, 0.3% 감소하여 타사 대비 매출의 변동이 크지 않아 업계 순위가 상승하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와이아이케이는 메모리 웨이퍼 테스터 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메모리 전공정 장비 전문기업으로 삼성전자에 매출의존도가 높은편이나 이례적으로 매출 유지에 성공하였다. 업계 순위도 17위에서 12위로 뛰었다.

GST는 해외 매출 비중이 42.1%로 상대적으로 높고 반도체 기업 외에 디스플레이 기업 판매도 병행하고 있어 매출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

피에스케이는 매출이 34.5% 감소하며 업계 4위에서 11위로 추락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장비 제품 판매 부문이 내수 및 수출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수출은 전년 상반기의 912억 원에서 금년 상반기 276억 원으로 큰 폭으로 감소하여 매출 감소의 주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케이씨텍은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도 병행하고 있으나 그 비중이 24.3%로 낮아 매출하락을 막지 못했다. 전년 상반기 대비 국내와 중국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 매출은 전년 상반기 294억 원에서 금년 상반기 151억 원으로 반토막 나 매출이 28.5%나 감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 매출 감소는 반도체 장비류 대중 수출 규제와 중국 내수 경기 하강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39.4% 감소한 티에스이는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 전문기업으로 금년 상반기 기준으로 반도체 검사장비의 매출 비중이 55.4%에 이른다. 이외 전자제품 검사 장치 사업 부문이 45.5%, 반도체 검사용역이 7.8%를 차지하고 있다. 검사장비는 모기업인 이 회사가 생산하고 있으며 PCB기판을 제조하고 있는 타이거일렉 등 자회사들에 비해 매출이 심하게 감소하였다. 전년도 상반기 1124억 원에서 금년 상반기 562억 원으로 매출이 49.9%나 감소했다. 수출 감소 폭이 더 심해 전년 763억 원에서 325억 원으로 57.4%나 감소했다.

전공정 장비의 비중이 높은 주성엔지니어링, 테스, 한미반도체, 테크윙은 상반기 혹독한 시련기를 겪으며 매출이 반토막 났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대표적인 전공정 반도체 장비 제조기업으로서 반도체 장비 부문 중 내수 판매가 전년 상반기 1149억 원에서 152억 원으로 86.7% 감소했다. 내수 판매가 총 매출감소액 1256억 원 중 대부분인 997억 원을 차지하며 매출 감소를 주도했다. 사업구조 상 메모리 반도체 경기 하강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테스도 큰 폭으로 매출이 감소하였는데 주력 부문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매출이 전년 상반기 1678억 원에서 금년 상반기 719억 원으로 57.2% 감소하여 매출 감소에 주된 원인을 제공했다.

최하위권인 한미반도체와 테크윙도 작년 상반기 보다 각각 59.4%, 55.1% 매출이 감소했다. 두 회사 모두 반도체 장비 제조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에 따르면 "반도체 경기의 전개 양상이 여전히 불확실하나 반도체 관련 제품의 교체 주기와 생산, 재고 순환은 반도체 경기가 저점 부근에 근접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며 "2분기와 3분기에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수의 반도체 전문가들도 최근 인공지능(AI) 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등 수요 부족이 개선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또는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