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금지조약 비준 철회…상원 심의와 푸틴 서명 남겨둬
푸틴 “이론적으로 비준 철회 가능”…하원에 행동 촉구
미국은 서명 후 27년간 비준 안 해…”美, 비판 어려울 것”
핵보유국 뒤따를 수도…글로벌 군비 경쟁 촉발 우려 커져
◆…러시아 하원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로이터통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18일(현지시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하는 법안을 2차와 3차 심의에서 모두 반대 없이 찬성 415표로 가결했다.
이제 법안은 상원의 심의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서명을 남겨두고 있다.
CTBT는 모든 회원국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으로 지난 1996년 유엔 총회에서 승인됐으며 러시아는 2000년도에 이에 대한 비준을 마쳤다.
하지만 이달 초 푸틴 대통령은 비준 취소를 언급하며 러시아 하원에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5일 푸틴 대통령은 남부 소치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국제토론글럽' 본회의에서 CTBT에 서명은 했지만, 비준은 하지 않은 미국을 언급하며 "이론적으로 CTBT 비준을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러시아 하원이 이를 행동으로 옮기며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연장선에서 서방이 위협으로 인식할 핵실험 재개로 다가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서방에 러시아의 핵무기 능력을 거듭 상기시켜 왔으며 지난 3월에는 미국과의 신 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중단을 선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베이징을 방문에서 동행한 핵 서류 가방을 든 해군 장교 모습 <사진 로이터>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회의장은 이번 비준 철회와 관련해 미국이 오랫동안 CTBT 비준을 하지 않은 것을 언급하며 "(미국의) 부정행위와 냉소주의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스톡홀름 국제 평화연구소의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뉴스타트 중단에 이어 이번 CTBT 비준 철회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국가들 사이에 경각심과 불확실성을 일으키기 위한 푸틴 대통령의 의도일수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한 "이 경우 서명 후 비준을 27년간 미루어 온 미국이 푸틴 대통령의 발표와 러시아의 CTBT 철회 가능성을 크게 비판하기는 어렵다"며 "이는 국제적 안정을 약화시키고 새로운 핵 군비 경쟁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군비 통제 전문가들 또한 러시아나 미국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 등 다른 핵보유국이 이를 뒤따르면서 새로운 글로벌 군비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핵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조약 비준을 철회하려는 러시아의 조치를 비난하며 국제사회가 CTBT의 목표와 목적을 해치려는 모스크바(러시아)의 도발에 적절히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