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얇아진 서민, 보험까지 깼다...생보 해약환급금 27조 돌파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갑 사정이 심각해진 서민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보험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보험기간을 채우지 않아 계약을 해지하면서 보험사가 지급한 '해약환급금'은 27조24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6조7389억원)에 비해 62.8%, 2020년 같은 기간(15조5140억원)보다 무려 75.6% 늘어난 수치다. 현재 추세로 보면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연간 해약환급금(44조3719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 미납에 따른 효력상실환급금의 경우, 지난해 7월 7301억원에서 올해 7월 9634억원으로 32% 늘어났다.

효력상실환급금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을 때 보험사가 받았던 보험료 일부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금액을 뜻한다. 보험료를 제때 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서민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보험상품의 해지 환급금을 이용하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 계약을 유지하는 대신 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이는 신용등급조회, 자산 담보 등 특별한 조건이나 심사를 거치지 않는다. 이에 전 금융사 대출 중 가장 간편·신속한 대출로 손꼽히면서 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서민들이 주로 활용한다.

다만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보험이 해약될 수 있고, 많은 금액을 대출받은 차주들의 경우 상환 대신 해약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월 발표한 '보험계약 유지율 실태와 시사점'에서 "보험가입자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질 경우 보험료 납입 여력이 줄어들어 보험 해지 가능성이 커진다"며 "개인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 모두 경제불황기에 유지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증가한 보험계약 해지 원인은 주로 목돈 필요 유형의 해지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납입부담 보험계약 해지에는 연체 등 소비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