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의자, 퇴직예정 공무원 대상 강연
40억원 규모 전세사기로 세입자 31명 고소
◆…서울 은평구청 부동산정보과 민원창구에 전세사고 접수 및 상담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투자 강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2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전에서 전세사기 혐의로 고소된 부동산중개업 대표 A씨는 지난 12∼13일 대구에서 퇴직 예정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투자 강의를 진행했다.
해당 강의는 대구·경북지역 한 언론사가 주관하는 공무원 대상 은퇴 준비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A씨는 '투자금 100% 지키는 특급 노하우'를 주제로 강연했다.
B산업개발 대표인 A씨는 대전 유성구 봉명동 한 도시형생활주택 임대인으로, 지난달 임차인들로부터 강제집행면탈 및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해당 건물의 일부 세대를 매입했고 가족 관계인 C·D에게 매매했다. 이후 C·D와의 연락이 두절되면서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돌려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 상당수가 20·30대로 이뤄진 사회 초년생이어서 대출금 반환 등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31명이 고소장을 냈으며, 피해액은 약 40억원에 이른다. 49명의 세입자들은 공동주택 전세사기 피해 단톡방을 만들어 피해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세입자 대부분이 1억 2000만 원 안팎의 금액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해 피해액은 5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피해자들의 설명이다.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피의자인 A씨가 공무원들에게 투자 강연을 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를 당한 자가 공무원들에게 강의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당장 돈이 없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투자 노하우 강의를 한다는 것이 코미디 아니냐"고 격분했다. 피해자 중 일부는 국민신문고에 '전세사기 가해자에게 강의받는 대구시청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투자 강의를 주관한 교육인재개발원 측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A씨가 수사받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