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첫 공판 '사각지대 시간 7분' 들었고 그때 처음 성범죄 가능성 의심"
"피고인의 방어권은 주장 되면서 피해자의 방어권은 어디에도 없었다"
박용진 "피해자가 직접 모은 공판기록 1268장…재판 기록 무게 국민의 사법불신 무게"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부산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공개로 증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가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기 위해 직접 모은 공판기록은 1268장이며, 법원의 공판기록 열람 불허 결정이 보복범죄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건 피해자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부산지방법원 등 지역 법원 대상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1심 공판 이후 기록 열람을 신청한 이유'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질문에 "첫 공판에서 '사각지대 시간 7분'이 있다는 것을 들었고 그때 처음으로 성범죄 가능성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참고인은 "재판부에서 수차례 공판기록 신청을 거절했고, 겨우 받을 수 있는 건 공소장뿐이었다"라며 "피해자는 재판 당사자가 아니니 가해자에게 민사소송을 걸어서 문서송부 촉탁을 하라고 권유를 받았다. 피고인의 방어권은 주장이 되면서 피해자의 방어권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호소했다.
박용진 의원이 '살인미수 혐의였던 1심과 달리 2심은 강간미수 혐의로 공소장이 변경된 이유'를 묻자 참고인은 "1200장이 넘는 공판기록을 한 달 내내 들고 다녔고, 진실을 알고 싶었는데 거짓말만 가득한 공판기록만 볼 수 있었다"며 "제가 성범죄를 다시 적극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어필을 했고 그로 인해서 그나마 얻어낼 수 있었던 결과였다"고 호소했다.
참고인은 또 "구치소 같은 방 재소자한테 외출하면 저를 찾아가서 죽이겠다. 현재 주소를 달달 외우면서 다음번에는 꼭 죽여버리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괜히 가족한테까지 목숨을 부과하는 것 같아 숨이 막힌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 의원은 "현재 피해자 공판기록 열람은 재판장 재량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허락했으면 공판기록을 피해자가 봤을 것"이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피해자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법원이 (민사소송)을 권유한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결국 피해자에게 공판기록을 주지 않아서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신원정보가 노출되고, 보복범죄 원인을 제공한 점 반성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공판기록을 들어 올리며 "피해자가 본인이 소송 걸어 직접 모은 공판기록 모두 1268장이다. 엄청 무겁다"며 "이 재판 기록의 무게가 바로 우리 국민들의 사법불신의 무게라고 생각한다"고 질책했다.
또 "가해자 즉 피고인의 권리는 더 잘 보장되는 반면 피해자의 인권, 권리 구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은 제도 개선 방안을 묻는 박 의원의 질의에 "위로의 말을 전해 드리고 싶다"며 "제도의 구체적인 면에 관해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고 앞으로 이것을 계기로 조금 더 피의자 사건기록 열람 및 등사 신청에 대한 허가의 폭이 조금 더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쯤 부산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쫓아간 뒤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다. 이씨는 성폭력처벌법상 강간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검찰이 강간살인 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해 징역 20년으로 형량이 늘었고, 이 판결이 지난달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한편 지난 19일 JTBC에 따르면 가해자 이모씨의 감방 동기들은 이씨가 피해자를 향한 보복 협박성, 모욕성 발언을 일삼았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