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생전 유언 촬영 동영상...요건 못 갖춰 효력 없어"

자신이 사망하는 시점에 재산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이른바 '사인증여'가 일부 자녀의 동의만으로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망인의 차남인 A씨가 다른 상속인 5명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2일 밝혔다.

2019년 5월에 사망한 B씨는 사망 이전인 2018년 1월 차남인 A씨를 만나 A씨와 장남에게 거제시에 위치한 논 일부를 각각 주고 나머지 딸들에게는 2000만원씩 주라는 등의 유언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남겼다.

동영상 촬영 도중 B씨가 '그럼 됐나'라고 묻자 차남인 A씨는 대답을 하지 않고 동영상을 소지하고만 있었다. 문제는
해당 동영상이 유언 요건을 갖추지 못해 배우자와 장남, 차남, 딸 등에게 법정상속분에 따른 상속등기가 마쳐졌다.

민법 제1067조는 녹음에 의한 유언의 경우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남인 A씨는 이에 반발해 사인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며 다른 형제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A씨가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차남인 A씨가 제출한 영상만으로는 망인이 원고에게 각 부동산을 사인증여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망인이 각 부동산을 A씨에게 사인증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봐 사인증여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단은 2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망인이 유언하는 자리에 A씨가 동석해 동영상 촬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인증여로서 효력이 인정된다면, 재산을 분배하고자 하는 망인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그 자리에 동석하지 않았던 다른 형제,자매 등에게는 불리하고 A씨만 유리해지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거로 제출된 동영상을 보면 망인이 유언 내용을 읽다가 '그럼 됐나'라고 자문했을 뿐 A씨에게 물었다고 보기 어려워 원고와 사이에서만 청약과 승낙이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심판단에는 유언이나 유증이 효력이 없는 경우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갖기 위한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