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자국 비판한 유엔 사무총장에 사퇴 요구

이스라엘이 자국의 지속적인 팔레스타인 억압을 거론한 유엔 사무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발언을 두고 "충격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에르단 대사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어린이, 여성, 노인에 대한 대량 학살에 이해심을 보이는 사무총장은 유엔을 이끌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나는 그에게 즉각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 시민과 유대 민족에게 자행된 잔학 행위에 동정심을 보이는 이들과 대화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그런 끔찍한 견해를 가진 사람이 홀로코스트 이후 만들어진 조직(유엔)의 수장이 된 것에 진심으로 통탄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구테흐스 총장이 유엔 안보리 연설에서 이스라엘에 비판적 시각을 보인 데 대한 반응으로 나왔다.

앞서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의제로 다룬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하마스의 공격이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은 56년간 숨 막히는 점령에 시달려 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땅이 파괴되고 폭력으로 고통받는 것을 봐왔다. 경제는 위축됐고, 사람들은 이주했으며, 살던 집은 철거됐다. 그들의 고통이 정치적으로 해결될 거란 희망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의 발언 뒤 안보리 회의에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구테흐스 총장과의 예정된 회담을 취소하는 등 반발했다. 그는 하마스에 의한 민간인 피해 사례를 소개하며 "(유엔) 사무총장은 도대체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으신가"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유엔 관계자 다수는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7일 개전 이래 이날까지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이 총 5791명이며 이 가운데 아동이 2360명이라고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