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윤 정부 '국민 위임범위' 넘어가는 단계… 위험"①

“이준석과 기득권 질서에 대한 문제의식 공유”

"윤 정부 국정운영, 국민의 위임 범위 넘어서는 단계로 가고 있어"

“대통령실, 대통령에게 쓴소리할 인재가 필요”

일각에서는 개혁보수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12월 신당설'이 제기된다. 이언주 전 의원도 신당설의 핵심 인물로 등장하곤 한다. 그는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고 수사외압 의혹,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흉상 이전 등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주의 촉구' 징계를 받자 "대통령 불경죄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언주 전 의원이 지난 19일 "만일 국민의힘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나는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세일보는 지난 27일 이 전 의원과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경고등이 켜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정운영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인터뷰를 1, 2편으로 나눠 싣는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빠르게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인요한 혁신위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린다.

혁신위라는 게 정말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그래서 제일 먼저 문제 진단부터 해야하는데 거기서부터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대다수 국민들은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강서구청장의 패배의 원인이 무엇이냐, 대통령의 당무개입 아니냐, 패배의 1차 원인은 명분없는 공천 강행이고 대통령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대통령-당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또 (이번 보궐선거 패배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에 대해 국민들이 심판한 것이다. 이제껏 한 것 중 문제가 컸던 것들, 해병대 채모 상병 사태나 10.29 이태원 참사,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외교라든가 재정 정책에서의 문제점들. 그리고 측근, 가족 비리, 양평고속도로 의혹 등 하나하나 입장을 시정해야 한다.

그런데 별안간 사람 얼굴 바꿔서 연극하는 것 같기도 하고, 위의 일련의 일들이 혁신위가 없어서 그렇게 됐나? 아니지 않나?

그래서 혁신위가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번 주말에 대통령이 이태원참사 추도식에 참석하도록 얘기해야 하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한다.(대통령실은 29일 윤 대통령이 추도식 참석 대신에 교회에서 추모 예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막 출범한 혁신위에 대해 박하게 평가하기에는 미안하지만, 혁신위원 중 박성중 의원이 포함됐는데, 박 의원의 스탠스에 대해 국민들이 굉장히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특히 언론 문제에 대해 홍위병처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고, MBC나 진보 성향의 언론들과 보도에 대해 블랙리스트처럼 헌법정신 위반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이 혁신위에 대해 이제 안 속는다고 본다. 공천룰이 없어서 공천이 엉망이 된 것이 아니다. 룰 있어도 제멋대로 하는 게 문제다.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신뢰 자본이 보수의 가치 중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너무 뻔한 얘기를 속인다. 바이든-날리면처럼 너무나 뻔한 진실을 속인다. 청문회에서도 옛날에는 거짓말하다가 들통나면 사퇴했는데, 지금은 버틴다. 신뢰 자본이 무너지고 있다. 이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ㅡ 어제(26일) 기자회견 내용을 봤다. 그 부분 중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이 있었는데 거기 맞닿아 있는 생각이 궁금하다.

이념 이전에 거짓말을 하고 기본적인 정치적 이해 관계가 다르면 인간적인 부분마저 적대시한다. 특히 정치적 이해 관계가 배치되는 상황에서는 인간적으로 가슴 아픈 일에도 애써 무시하는, 그런 현실 아닌가. 이상하다. 정치는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리더들이 하는 거였는데 어느새 희화화됐다. 온라인 생태계의 변화 탓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의 책임도 있다. 양심을 회복해야 한다.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많은 분야가 있지만 모든 분야에서 자원 배분 기준을 정하는 게 정치기 때문이다. 사회의 가장 상부구조가 정치인데 정치에서 인간성이 파괴되는 상황이다. 진실, 정의와 같은 기본 개념이 파괴되는 상황이라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는 걸까.

ㅡ 직관적인 느낌이 있나 보다.

요즘 아이들은 과거처럼 정치 잘 모르고, 그런 것 아니다. 학생 교과 과정에서 실질적인 것들 배우고 토론도 많이 한다. 인터넷 등 온라인상에도 (정치 논쟁들이) 다 공개돼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막 찾아보는 거다. 어른들보다 더 많이 찾아보고, 돌아가는 걸 더 많이 알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치가 좋은 얘기가 돼야 한다. 어떤 교장 선생님은 '정치 현실이 아이들 인성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하더라. 그런데 10대들이 '진실·정의와 가장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게 정치인 것 같다' '비열하게 정치하면 끝에 가서 잘 되더라'라는 걸 체득해선 안 되지 않겠나.

정치 최고 책임자가 따뜻하면 사회 전반이 따뜻하게 된다. 반면 정치에서 마녀사냥 분위기가 팽배해지면, 즉 '상대를 해코지해서 내가 올라서겠다'는 경쟁이 만연해지면, 아이들도 '내가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저 애를 해코지하고 1등하겠다'는 걸 배운다. 정치가 엄청난 무게감을 갖고 있는 거다. 그런 점에서 갖춰지지 않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 책임자 자리를 가게 되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자기 자신마저도 말이다.
이 전 대표와 나는 바른미래당 시절부터 가까운 사이였다. 그 당시 안철수·유승민 '투톱'이었던 당에서 우리 마음고생 많이 했다. 두 당대표급 인사들이 경쟁했기에 우리는 뜯어말리는 와중에 불만이 상당했다. 그러다 이준석 전 대표가 노원 공천을 받으려고 할 때 안철수 대표의 측근을 (그곳에) 공천하겠다고 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적 있다. 저는 '원내 제3당 입장에서 쉬운 선거도 아닌데 열심히 해온 사람이 공천받는 게 맞겠다'고 말했다. 누구 편 들려던 건 아니고 그냥 객관적으로 말한 건데, 결과적으로 (이준석 전 대표) 편을 들어준 셈이 됐다. 그런 인연도 있고, 나와 이 전 대표는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경쟁에도 크게 상처받거나 그런 편이 아니다. 어쨌든 둘 다 '86세대' 밑의 'X세대' 'MZ세대'인 만큼 젊은 정치인으로서 갖는 기성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 같은 게 공유되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요즘 정국을 보며) '무슨 이런 보수가 다 있나' 같은 이야기 나누면서 국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미래를 위한 개혁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온 상황이다.

ㅡ 요즘 보수의 가치가 훼손됐다고 보는 건가.

(이 전 대표와 나는) 아마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 거다. 한국 사회는 발전하는데 보수 정치는 갈수록 수준이 낮아지는 듯하다. 시대는 2023년이고 세계는 복잡한 전환기를 맞이했는데, 일도양단식으로 가는 게 맞겠나. 그래서 복잡한 전환기 속 보수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 방향을 한번 잡아보자는, 그런 인식이 있는 거다.

ㅡ 윤석열 정부 1년 반 동안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한일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이라든지, 후쿠시마 핵오염수 문제에 대한 대응 등 정부의 지지율 측면에서 국정운영 동력을 계속 상실해 온 측면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국방 문제를 포함) 정책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린다. 

이번 보궐선거 참패는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 계속해서 쌓인 실정 때문이다. 국민들이 윤 정부의 실정을 하나 하나 생각하면서 기회가 되면 심판할 거라고 생각해왔을 것이다. 국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투표로 보여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다.

저는 지금 국정기조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교의 경우에도 미국 중심의 외교 좋다. 그러나 미국에 100% 의존하는 외교는 주권국가의 외교라고 볼 수 없다. 미국 입장에서 우리는 잡은 물고기가 되는 꼴이다.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인도의 경우를 보라, 일본도 미국에 붙은 것 같지만 북한과 교류하고 중국과도 교류한다.

외교라는 것은 국민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미국의 경우도 전쟁 지원하다가도 여론이 나빠지면 발을 뺀다. 그게 민주국가의 특성이다. 대한민국도 독재국가나 왕정이 아닌 이상 여론에 반하면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ㅡ 국정기조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민주국가는 여론에 반해서는 안 된다. 지금 국정운영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위임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아까 말한 강제동원 배상 문제같은 게 국민 전반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하자는 것에는 찬성하고 어느정도 인정하지만, 그 정도를 넘어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비롯한 몇 몇 문제들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 여론과 다르게 하는 것이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위임 범위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외교를 비롯해 지금 국민들 입장에서는, 주인 입장에서는 위임 권한을 회수하겠다고 나오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국방에서도 지나친 강경 발언이 안보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주국방하면서 말을 신중히 해야 하는데, 신중한 관리가 필요한 부분에서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불안해 보인다. 좋은 전쟁은 없다. 그런 면에서 걱정스럽다.

가령 외교 문제를 보라. 친중 또는 친미, 숭미 또는 반일 이렇게 일도양단적으로 가는 건 한국이 개발도상국으로서 해당 국가들에 의존하지 않으면 못 살 때 했던 이야기다. 북한 문제도 그렇다. 한쪽에서는 입만 열면 강경책이라고 목소리 높이고, 반대편에서는 평화 일변도다.

이제 북한은 우리의 안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다.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야 한다.

경제는 어떤가. 긴축재정 추구하는 게 옛날 자유주의 경제학자들 이론이다. 근데 그건 보수의 고전적 이론인 거고, 지금 시대는 하나의 이론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복합적인 위기인 거다. 팬데믹 때 풀린 유동성을 회수해 물가를 낮춰야 하므로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을 시행하지만 취약층을 위한 제한적 재정정책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균형재정이란 이론에 집착하면 안된다. 한국은 지금 선진국이다. 그런데 아직도 일도양단적으로 정치적 사고를 하는 게 맞겠나. 한국에서 아직 80년대 개발도상국 수준 논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전략적 실리가 중요한 때인데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도 할 이야기가 많다.

ㅡ 윤석열 정부의 인사 정책 기조는 어떻게 생각하나. 검찰 출신 인사들이 편중되고 동문(동기) 인선이 잦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인재가 없겠나. 똑똑한 사람들 엄청 많다. 문제는 그 수준 높은 인재풀이 스스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그런 과정이 없었고, 그래서 인재가 쌓이지 않았다. 검찰로서 만나는 인재와 정치권 인재는 다르지 않겠나. 아울러 국정운영 고민에 대해 심도 있게 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러다 보니 인사 문제에 한계가 있는 듯한데, 기왕 대통령 되신 만큼 본인 지인에만 국한해 인재를 찾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휘소 박사를 영입하려고 여러 번 사람 보내서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 노력이 필요한 거다. 또 훌륭한 인재라면 다 나름대로의 주관·철학이 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전적인 재량도 부여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은 자신이 전문성 없는 분야에 대해서도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지적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죽하면 '59분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나오겠나. 안 좋은 이야기다. 그런 이야기들이 들려오면 최고의 인재들끼리는 소문이 난다. 굳이 안 오려고 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 안타까운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훌륭한 분이고 주변 평가도 좋았지만 망가졌다. 대통령이 주변 이야기를 듣고 허심탄회하게 말해야 하는데, 이미 '주69시간' 등 방향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추진하라고 했다는 거다. 인재를 이렇게 무너뜨리면 안 된다. 대통령이 겸손·겸허하게 경청하는 태도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인재가 국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거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