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시신 여기저기 널려"…보복이라는 명분의 이스라엘 난민촌 공습

"사전 경고 없이 7~8개 미사일 떨어져"

"회색먼지 속 아이들이 다친 아이들 안고 달려"

하마스 "자빌리아에서만 400명 사상"

이스라엘 "지휘관 표적…하마스 민간인 뒤에 숨어 있어"

요르단·이집트·아랍연맹 규탄 성명 발표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군이 봉쇄된 가자지구에 지상 작전을 전개하면서 자발리아 난민촌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이에 따라 수백 명이 넘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사망하고 다치면서 주변국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측은 지역 내 고위 사령관을 표적으로 삼은 공격이라고 밝혔다.

31일(현지시간) CNN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발생한 피해를 현장 목격자를 인용해 "땅에 7~8개의 구멍이 있고 살해된 사람들과 조각 난 시신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피해 현장에 있었던 모하마드 이브라힘은 "빵을 사려고 줄을 서고 있었는데 사전 경고 없이 7~8개의 미사일이 떨어졌다"며 "세상의 종말이 온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인 모하마드 알 아스와드는 "회색 먼지가 가득한 가운데 아이들이 다친 다른 아이들을 안고 달리고 있었다"며 "잔해 위에 매달려 있는 시신 상당수는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인도네시아 병원 관계자는 자발리아 난민촌에 엄청난 양의 공중 폭발물이 떨어지면서 팔레스타인인 50명이 숨지고 15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으나 하마스 내무부는 "사망자가 100명으로 늘어났다"며 이날 자빌리아에서 4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자발리아는 1948년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발생한 난민들의 거주지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을 인정하면서도 지난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특수부대 '누크바'의 지휘관 중 한 명인 이브라힘 비아리를 표적으로 삼아 이를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IDF는 이날 공격으로 북부 하마스 거점을 장악하고 하마스 대원 50여 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다만 하마스는 이 같은 이스라엘 측의 주장을 반박하며 "공습이 벌어질 때 자발리아에 있던 지휘관은 없었다.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리처드 헥트 IDF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날 공격과 관련해 "하마스가 민간인 뒤에 숨어있다"고 비난하며 민간인들에게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하지만 구호 단체들은 가자지구 내에 안전한 지역은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날 가자지구 중심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최소 1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어린이 3,542명을 포함해 8,52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엔 측은 가자지구 민간인 약 230만 명 중 140만 명 이상이 거주지를 잃었다고 발표했다.

요르단, 이집트에 이어 아랍연맹(AL)은 이날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요르단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을 비난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이 확전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했으며 이집트 외무부는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국제인도법과 국제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행위"라고 비난했다.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AL) 사무총장은 이를 "신종 범죄"로 규정하고 국제사회가 더 이상 이를 묵인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