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에서 7개월 이상 진행해온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탈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수부는 이달 말부터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인물들을 기소하고, 매각 과정을 보고받은 받은 전ㆍ현직 경제 관료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또, 대검은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한 실무자들을 어떤 법률로 처벌할 수 있을지를 놓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네 갈래 수사 합류 = 대검 중수부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을 수사한 지 7개월이 넘었다.
검찰은 국회 재경위가 고발한 이 사건을 3월 13일 중수부에 배당했고, 중수부는 3월 30일 외환은행을 매입한 론스타 한국사무소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이른바 론스타 수사는 사실상 대장정에 들어갔다.
중수부는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론스타 펀드의 사무실과 임원들의 집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는 초강수를 뒀고 일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03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실무진 사이에 검은 돈거래가 있었던 정황을 포착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물로 꼽힌다.
검찰은 수사 초반에 외환은행 매각 자문사였던 엘리어트홀딩스 박순풍 대표가 은행측 매각 실무 태스크포스 전용준 당시 경영전략본부장에게 자문사 선정 대가로 2억원을 건넨 혐의를 잡고 구속 기소했다.
두 사람은 이미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그러나 정작 이번 수사의 본류인 헐값매각 의혹이나 탈세 수사는 관련자들의 신병 확보 실패로 제자리를 맴돌았다.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와 정헌주 대표의 구속 영장은 법원에서 `위법한 긴급체포', `수사를 위한 구속이 아닌 듯하다'라는 이유로 기각됐고, 검찰은 결정적인 범죄 혐의를 추가로 찾지 못하자 결국 이들에 대한 영장 재청구를 포기했다.
헐값 매각과 탈세 수사는 외환은행 비자금 조성과 외환카드 주가 조작 의혹을 규명하는 쪽으로 이어졌다.
대검은 현대차 비리 수사를 마무리한 중수 1과를 투입해 외환은행 비자금 의혹 등을 파헤치는 방식의 `우회로'를 선택, 헐값 매각 의혹이라는 수사 본체와 별도로 개인 비리와 관련된 검은 돈의 흐름을 찾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외환은행 헐값 매각 및 비자금 조성, 론스타 탈세,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등 네 갈래 수사가 이달 말부터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며 하나로 합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처리할 부분은 처리하고 다음 달 말이나 12월 초에는 가급적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반쪽 수사 되면 면죄부 논란 불가피 = 수사 착수 이후 반년이 넘었지만 `몸통'인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관련 수사는 핵심 관련자들을 비켜간 채 진행되고 있다.
론스타 한국 사무소의 업무를 총괄했던 스티븐 리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도 수사 종료 시점이 점차 가까워지자 그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당초 기대를 조금씩 버리고 있다.
론스타나 외환은행의 핵심 실무자들은 대부분 탈세, 매각 과정의 여러 의문점들을 스티븐 리의 탓으로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반쪽짜리 수사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검찰은 이헌재,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등 전직 고위 관료와 이른바 `10인 대책회의'에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 정책수석을 지낸 권오규 현 경제부총리 등 현직 고위 관료들은 서면 또는 방문 형태로 조사할 계획이어서 감사원 감사 결과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이달용 전 부행장,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전용준 전 경영전략본부장 등 `실무 라인'의 역할을 규명해 범법자들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수사 결과 발표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잘못됐다는 결론만 내린 채 정책적 판단에 대한 책임은 사법처리 대상으로 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각종 의혹의 몸통에 해당하는 핵심 인물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반쪽짜리 수사가 된다면 대검 중수부의 역량을 총가동한 검찰 처지에서는 오랜 시간을 공들이고도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 오류'라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외환은행 매각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은 몇 달 전으로 다시 돌아갈 것으로 예상돼 수사가 어떻게 마무리될 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