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시대변화에 맞지 않는 구시대 유물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제도를 설계할 당시만 해도 과세인프라는 잘 갖춰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국세청이 세원을 파악하는 것이 과거보다 쉬워진 만큼,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교부금 지급을 위한 관련 예산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대수술을 거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료제공 국회 예산정책처)
국회 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는 최근 내놓은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납세조합법정교부금 사업으로 편성된 내년 예산은 24억6600만원으로, 올해(23억4300만원)보다 5.2% 늘었다. 예산의 규모를 떠나, 이 제도를 두고 '국가의 징세권을 민간에 위탁하는 것이 적절하느냐'가 논란거리다. 자진신고 유도 차원의 인센티브를 주지 않고서도 세원포착이 가능하기 때문에서다.
납세조합 중 사업자조합의 경우, 소득세법이 손질되면서 2008년 이후부터 복식부기의무자의 조합원 가입이 제한됐다. 이 조치로 조합 수가 감소하고, 납세실적도 저조한 상태다. 실제 지난해 사업자조합의 징수세액은 3억89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5300만원 줄었다. 이 징수세액은 2018년 5억5400만원에서 2019년 4억8500만원, 2020년 4억4900만원으로 해마다 감소 추세다. 조합원 수는 2185명으로, 4년 전(2018년, 4760명)과 비교해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었다.
예정처는 "현재 홈택스로 대표되는 국세청 전산시스템이 지속적으로 확충·개편되고 있고, 한국은행·법무부 등 유관기관과의 정보공유 확대, 민간 모바일 세무서비스 등장 등으로 제도도입 당시와 비교할 때 사회적·제도적 환경이 크게 변화했다"고 봤다. 1960년대 징수인력·인프라 부족에 따라 도입된 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단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근로자조합엔 연간 30억원 수준의 교부금을 주고 있다. 2022년 현재 조합원 수가 약 2만명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징수비용에 1인당 15만원을 쓴다. 여기에 최대 1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까지 준다. 예정처는 "근로자 납세조합을 통한 징수세액 대비 교부금 지급 및 세액공제 혜택 부여가 과도한 비용 지출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세청은 "납세조합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은 세원포착이 어려운 근로자조합원들의 자발적 신고·납부를 유도함으로써 징수행정비용 절감과 고액의 세수확보를 위한 실효성 높은 제도"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액공제 혜택은 내년 말에 일몰(폐지)이 예고되어 있어, 비용지출도 감소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된다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예정처는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될 경우 과거와 달리 국세청의 납세지원 인프라가 고도화됐고 민간에서도 다양한 세무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근로자가 조합비를 부담하면서 납세조합에 가입할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도의 지속 운영 여부를 포함한 제도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서 세액공제 혜택 일몰시한이 도래하는 2024년 중에 국회에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