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마약왕, 사라김·탈북 최씨·전세계
필리핀 교도소 돈만 있으면 VIP대접
감옥서 핸드폰 사용하며 국내 마약 총책 역할
법무부, 박왕열 송환 위해 노력 중
◆…박왕열 인터뷰. [사진=JTBC]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주범 박왕열이 국내 마약 유통의 총책인 일명 마약왕 '전세계'로 드러난 가운데, 최근 수감 중인 필리핀 감옥에서 진행한 인터뷰가 방송되며 다시금 화제다.
손수호 법무법인 지혁 변호사는 1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020년 11월에 박왕열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의 전말이라는 제목으로 일명 전세계로 불리는 마약왕 박왕열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는데 바로 그 박왕열이 다시 또 주목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변호사는 "최근 감옥에 있는 박왕열의 JTBC 인터뷰가 방송됐다"라며 "사건의 시작은 2016년 벌어진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으로 필리핀 수도 마닐라 북쪽의 사탕수수밭에서 40~50대 남녀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어 "숨진 3명은 한국에서 200여 명을 상대로 138억 원 규모의 유사수신 사기 범죄를 벌이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상태였고 박왕열이 이들에게 은신처로 제공해 이들은 그곳에서 함께 지내면서 박왕열의 카지노 사업에 범죄 수익을 가지고 거액을 투자했다"라며 "그런데 박왕열은 투자 수익을 나눠주지 않으려고 김춘수라는 사람과 함께 이들을 납치해서 사탕수수밭에서 살해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김춘수가 먼저 잡혔고 이어서 박왕열도 마닐라의 한 콘도에서 체포됐지만 한국 인도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에 필리핀 이민국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되어 있던 박왕열이 도주했다"고 전했다.
이어 "두 달 만에 필리핀 북부의 한 아파트에서 다시 붙잡혔는데 이때 다량의 마약을 소지하고 있었다"라며 "처음으로 박왕열이 마약 사건과 관련된 혐의를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구속돼 있었기 때문에 구치소로 돌아가야 되는데 그 돌아가는 길에 박왕열의 현지인 여자친구가 호송 경찰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겠다 그래서 호송 중에 호송을 중단하고 다 같이 밥 먹으러 식당으로 간다"라며 "밥을 먹던 박왕열이 화장실을 가겠다고 가더니 창문으로 도주를 했다"고 전했다.
손 변호사는 "(두번째 도주)이때 마약왕 전세계라는 별명이, 이름이 등장했는데 당시 마약이 우리나라에 빠르게 퍼지고 특히 텔레그램을 비롯한 SNS를 이용한 신종 마약 유통이 사회적 문제로 크게 떠오르기 시작했다"라며 "그런데 그때 우리나라에서 붙잡힌 여러 마약 판매상들, 이들이 어떤 한 조직으로부터 마약을 공급받는 것으로 확인됐고 바로 그 조직의 리더가 전세계. 바로 박왕열이었던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붙잡힌 마약 판매책의 진술을 봐야 되는데 마약왕 전세계가 국내에 유통한 필로폰이 한 달에 무려 60kg이다"라며 "돈으로 한번 좀 따져보면 300억 원 이상이다. 한 달에"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됐고 박왕열의 얼굴 사진 그리고 인적 사항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필리핀 언론에도 연일 보도가 되면서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필리핀 라구나에서 세 번째로 체포됐다"라며 "그게 2020년 10월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3명이나 살해했고 또 두 번이나 탈옥했고 또 엄청난 양의 마약까지 유통했으니까 필리핀에서도 특별 관리 대상이었다"라며 "체포 직후부터 수도권의 경찰 특수부서에 구금됐고 또 매수를 통한 도주 가능성도 차단했다. 그 후에 필리핀에서 좀 이례적으로 재판이 빠르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필리핀에서는 형사재판인데도 1심에만 10년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박왕열은 1년 6개월 만인 작년 5월에 대법원에서 다량 살인 등의 범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형량이 단기 57년 4개월, 장기 60년. 징역형이 선고됐다"고 전했다.
다만 "필리핀에서 형이 확정됐기 때문에 그 형기를 다 채우기 전까지는 국내 송환은 쉽지 않은 상황인데 중요한 게 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설령 교도소에 갇혀 있는다 하더라도 이 박왕열이 죗값을 제대로 치를 것 같지는 않다"라며 "필리핀 교도소에서는 돈만 내면 개인실을 사용할 수 있고 휴대폰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심지어 테니스를 즐기면서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뭐냐면 감옥에 있으면서 계속해서 지금도 한국으로 마약을 팔고 있다"라며 "이번 (JTBC)보도를 보면 올해 7월에도 박왕열이 텔레그램을 사용해서 우리나라에 마약을 보냈고 또 이 사실을 알게 된 취재진이 교도소에서 마약 거래한다는 뉴스를 봤다.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박왕열에게 보냈더니 박왕열이 감사하다는 답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에 전화 한 통이면 내일 모레 마약이 어디로 들어가고 나오는지 나는 다 알 수 있다' 이런 말을 했고 이런 걸 보면 여전히 마약 사업에 깊이 개입하고 있음을 과시한 거로 해석할 수 있다"라며 "'내가 입을 열면 한국 검사부터 옷 벗는 놈들 많을 것이다'라고 주장을 했는데, 물론 범죄자의 허황된 거짓말이나 과시일 수도 있겠지만 국내 로비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까지 슬쩍 내비친 거다"라고 말했다.
진행자(김현정)가 '3년 전에는 한국인 살해 혐의였는데 지금은 마약왕으로 더 유명해진 박왕열. 전세계. 언제부터 마약 거래를 시작한 것이냐'라고 묻자 손 변호사는 "동남아에서 대규모 마약 유통 조직을 운영하는 한국인 마약왕 3명이 있었다"라며 "첫 번째 사라김이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동남아 마약왕 김 씨 그리고 탈북 마약왕으로 불리던 최 씨 그리고 세 번째가 전세계로 알려졌던 박왕열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라김의 주장에 따르면 박왕열이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 주범으로 체포되서 필리핀 감옥에 왔을 때 둘이 처음 만났다는 거다"라며 "그리고 탈옥한 다음에 그 사라김으로부터 마약을 공급받아서 그때부터 마약 밀매상이 된 거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물론 사라김이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라김은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 거고"라며 "이게 시기도 중요했다. 왜냐하면 코로나 팬데믹 동안에 마약 가격이 급등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이제 그 수혜를 본 거고 또 박왕열이 SNS를 통한 새로운 유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빠르게 조직을 키울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탈북 마약왕 최 씨는 해외에서 검거되어 국내로 송환된 상태이고 동남아 마약왕 사라김도 올해 7월에 베트남에서 잡혀서 국내에 송환됐다"라며 "이제 전세계 박왕열만 데리고 오면 3대 마약왕을 다 한국에서 처벌할 수 있게 되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현재 남아 있는 국내 조직까지 완전하게 와해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손 변호사는 "(박왕열을)한국으로 데려와서 우리가 처벌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데 하지만 말씀드렸듯이 필리핀에서 징역 60년이 확정됐다"라며 "그래서 그 수감생활 끝나야 데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견해도 있다. 우리나라 마약 범죄와 지금 현재 관련돼 있는 거기 때문에 송환 시도해볼 만하다 이런 견해도 있다"라며 "법무부가 지금 박왕열 송환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라는 입장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인지는 잘 알려지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노력의 방법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게 오히려 효과는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조금 더 기다려봐야 될 것 같고 아무튼 박왕열이 이번에 다시 주목받게 됐으니까 정부도 더 노력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