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160명이 화장실 한 개 공유
하수처리장 중단돼 폐수 바다로 흘러
바닷물로 씻고 빨래해 전염병 위험 증가
◆…물이 부족한 가자지구 난민들이 오염된 바닷물로 옷을 빨거나 몸을 씻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동영상 캡처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을 받는 가자지구에서 물, 과밀 수용 등 열악한 위생 상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전염병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유엔이 경고했다.
9일(현지시간)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에서는 피란민 150만명이 보호시설 등으로 대피했다.
이 가운데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운영하는 난민 보호시설 149곳에 72만5000여명이 머물고 있다. 평균 160명이 화장실 한 개를 공유하고 있으며 1개의 샤워 시설에 약 700여명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만2000여명의 난민이 대피한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경우 1인당 공간은 2㎡미만이며 화장실은 600명당 1개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UNRWA는 보호시설이 사람들을 더는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과밀화됐다고 호소했다.
여기에 물 부족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가자지구 남부에는 식수를 생산하는 담수화 공장 2곳이 있지만 전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제한적이어서 평소 용량의 15% 수준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UNRWA가 대피소에 1인당 식수 1.5ℓ와 음용수가 아닌 물 3∼4ℓ씩을 제공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가자 남부에 사는 이제딘 자르보우는 영국 가디언에 "물이 있을 만한 곳이라면 어디든 사람들이 몰려가 몇 시간씩 줄을 선다"고 말했다.
잇따른 공습으로 가자지구의 하수처리장 시설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오염된 폐수는 바다에 그대로 흘러 들어가고 있으며 가자지구 해변의 바닷물은 대부분 심하게 오염된 상태라고 OCHA는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난민들은 급한대로 오염된 바닷물로 옷을 빨거나 몸을 씻고 있다. 카타르의 아랍어·영어 방송인 알자지라는 "물이 부족한 난민들이 바닷물로 씻고 빨래를 하는 게 어느새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OCHA는 위생 상태가 나빠지면서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WHO는 지난달 중순 이후로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설사 증상을 호소한 사례가 3만3500건 이상 나왔고, 이중 절반 이상은 5세 미만 어린이들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