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광장 박재만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광장 제공)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제42조의3(이하 '쟁점 규정')은 특수관계인과의 일정한 관계를 원인으로 재산을 취득한 후 그 재산의 가치가 일정한 사유에 의해 증가하는 경우, 그 증가한 가치를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는 일종의 증여이익 간주 규정이다.
쟁점 규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① (주체요건) 수증자가 미성년자 등 직업·연령·소득·재산 상태로 보아 자신의 계산으로 해당행위를 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자일 것, ② (재산취득요건) 상증세법 제42조의3 제1항에 열거된 사유로 재산을 취득하였을 것, ③ (재산가치증가요건) 재산을 취득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개발사업의 시행, 형질변경 등의 사유로 재산가치가 증가하였을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대법원 2023. 6. 1. 선고 2019두31921 판결(이하 '2019두31921 판결') 및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두41327 판결(이하 '2018두41327 판결')은 모두 상증세법 제42조의3 요건 중 재산가치증가요건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판시를 하였다(대상 판결들은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에 관한 판결이나,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은 쟁점 규정과 그 취지와 요건이 사실상 동일하므로, 쟁점 규정들의 해석에서도 대상 판결들이 원용될 수 있다).
먼저 2018두41327 판결에서는, 원고가 그 부친으로부터 개발사업 관련 내부정보를 제공 받아 A건설회사 및 B건설회사의 주식을 취득한 후 A 및 B 회사가 개발사업을 통해 이익을 얻은 경우, 이를 원고가 간접적인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아 쟁점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이에 대해 항소심 법원은 '재산가치 증가사유는 재산가치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재산가치 증가사유로 인해 재산가치가 직접적으로 증가하는 이익을 얻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하여 쟁점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상고심은 '재산가치 증가사유로 인하여 법인의 재산가치가 증가함에 따라 해당 법인의 주주가 주식가치 증가의 이익을 얻은 경우도 재산가치 증가사유와 주식가치 증가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그 이익도 이 사건 조항의 과세대상이익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아 항소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2018두41327 판결은 그 판시 이유로 ① 쟁점 규정의 문언상 '그 재산가치의 증가에 따른 이익'에서 '그 재산'이 반드시 '재산가치증가사유'의 직접적 대상이 되는 재산과 동일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② 이와 같이 보지 않을 경우 그 대상 재산을 보유한 법인의 주식을 취득하는 등의 방법으로 증여세를 쉽게 회피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설시하였다.
이와 같이 간접적인 이익도 재산가치증가사유에 포함됨에 따라, 수증자가 직접 보유하는 주식가치가 증가하는 경우만 재산가치증가 사유로 볼 것인지, 혹은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주식가치가 증가하는 경우(손자회사 또는 증손자회사의 주식가치 증가)까지 포함되는 것인지 등에 대한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8두41327 판결은 간접적인 이익도 재산가치증가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도, '그 개발사업의 시행이 재산가치증가사유에 해당하는지', '재산가치증가사유 발생일이 언제인지' 등을 추가적으로 판단해야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서는 2019두31921 판결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19두31921 판결에서는, 원고가 甲법인의 주식을 취득한 후에 甲법인의 자회사인 乙법인이 공장을 설립한 것이 재산가치증가사유인 '개발사업' 또는 그와 유사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2019두31921 판결에서는 2018두41327 판결과 달리 간접이익 부분은 쟁점이 되지 않았다).
2019두31921 판결은 재산가치증가 사유로서의 '개발사업'이란 '행정청의 개발구역 지정·고시가 수반된 것으로서 그 대상 토지를 개발하여 그 토지 가치를 증가시키는 사업'이라고 판시하였는데, 그 근거로 ① 상증세법 시행령상 재산가치증가사유 발생일은 재산가치증가사유와 관련한 절차가 종료되어 그로 인한 최종 손익이 확정되는 때가 아니라 그 사유의 발생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시점으로서 장래의 이익이 현실화된 때라는 점, ② 쟁점 규정은 그 사유 발생일 이후 해당 재산의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세액을 조정하는 장치를 두고 있지 않으므로 장래의 재산가치 증가가 객관적으로 예정된 것이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점, ③ '개발사업의 시행'을 재산가치증가사유로 규정한 것은 어떤 토지가 개발구역으로 지정·고시되면 그 개발사업 시행이 완료되지 않더라도 장차 개발사업이 이루어져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이익이 현실화되어 그 시점에 토지의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는 전제에 있기 때문인 점 등을 설시하였다.
또한 2019두31921 판결은 쟁점 규정이 열거하고 있는 재산가치증가사유는 예시적이라고 판시하면서, 열거되지 않은 어떤 사유가 재산가치증가사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유로 인하여 장래 재산가치가 증가할 것이 객관적으로 예정된 경우'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이에 공장의 설립은 그 자체의 경제적 효과로서 장차 그 공장을 이용한 사업으로 발생할 기대이익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공장의 설립은 개발사업과 유사한 재산가치증가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동안 과세관청은 재산가치증가사유 요건으로서의 '개발사업의 시행'의 범위를 비교적 폭넓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2019두31921 판결은 '개발사업의 시행'을 행정청의 개발구역 지정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그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였고, 열거되지 않은 재산가치증가사유에 해당하기 위해서도 '해당 사유로 인하여 장래 재산가치가 증가할 것이 객관적으로 예정된 경우'여야 한다고 보아 그 인정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유가 재산가치증가사유 요건에 포함되는 지에 관한 후속 판례들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법원 2023. 6. 1. 선고 2019두31921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