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위터
전 미 해병대 정보장교인 스콧 리터는 러시아 스푸트니크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카타르가 중재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협정은 양측의 상호합의에 의한 것이지만 사실상 하마스의 승리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하마스를 완전히 파멸시키기 전까지는 어떤 조건에서도 휴전에 동의할 수 없다는 매우 강력한 의사를 표명해 온 반면 하마스의 목표는 이스라엘에 억류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의 석방이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휴전은 하마스의 중요한 승리이자 이스라엘의 굴욕적인 패배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휴전에 반대한 이유 중 하나는 북부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공격작전을 통해 하마스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 까닭이다.
즉 인도주의적 정당성에 관계 없이 휴전은 하마스에 휴식을 주고, 전열을 재정비하고, 재집결할 시간만 벌어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결국 휴전에 서명한 것은 하마스의 공세가 여의치 않았다는 방증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마스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이유는 작전을 수년간 면밀하게 준비해 왔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정보부를 세심하게 염탐, 약점들을 이용함으로써 전술적이고 대단히 전략적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대대적인 공격이 있기 전까지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진행한 노동허가 프로그램에 순응하는 척하면서 이스라엘 지도부의 경계심을 무너뜨림으로써 공격 준비를 쉽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마스의 공격은 단순한 이스라엘 보복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국가 문제를 국제사회 무대로 전면 부상시키고, 이스라엘이 억류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시키기 위한 세 가지 주요 목표를 가진 전략적 계획의 일부였다.
이스라엘의 과잉 대응을 유도한 것도 하마스가 목표를 이루는데 필요한 조건으로 사용했다. 합리적 대응이 아니라 복수에 대한 감정에 지배되도록 하기 위해 비합리적인 수준의 굴욕감을 이스라엘에 안겨 주려는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굴욕적인 패배를 안겨줌으로써 무적, 무패의 신화를 산산조각냈고, 가자지구 지하갱도로 철수하기 전 수백 명의 이스라엘인을 인질로 잡아 작전대로 이스라엘군을 미리 준비한 지하 500km가 넘는 함정으로 유인했다.
이 땅굴은 방어와 공격작전을 위한 다른 터널 네트워크와 함께 지휘 및 통제, 병참 지원, 의료 시설까지 갖춘 지하벙커로 이스라엘이 보유한 포탄의 공격을 대부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곳에 있으며 3개월의 포위 공격에 견딜 수 있다고 한다.
하마스도 이스라엘과 정면충돌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신 가자지구로 유인한 다음, 지하 터널에서 나와 취약한 이스라엘군을 공격한 뒤 다시 지하로 사라지는 게릴라 공격을 받게하는 것이 목표였다.
간단히 말해 하마스는 일격에 사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 번 상처를 내서 서서히 죽는 공포를 이스라엘군에 안기는 것이었고 그 작전은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이스라엘군은 기동성과 화력을 이용해 가자 북부 도시화가 덜 된 지역까지 단숨에 진입했지만, 하마스는 탠덤 탄두 로켓으로 기갑 장비를 무력화함으로써 전진을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인 손실된 방비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하마스는 수백 대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마스 주장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손실이 심각한 구형 메르카바3 탱크를 보충하기 위해 재고 물량과 함께 예비대대를 편성했다.
수렁에 빠진 이스라엘이 감정적 과잉 대응에 따라 팔레스타인 민간인 수만 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전쟁범죄를 저지르면서 오히려 국제사회의 등을 돌리게 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스라엘은 점점 고립되면서 남미는 물론 소위 글로벌 사우스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유럽 등 친이스라엘 국가들에서도 지지를 잃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력이 포로 교환과 휴전협정을 피하던 네타냐후 정권에 강력한 압박으로 작용했다. 잠정적 성격의 이번 휴전이 지속적인 분쟁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는 아직 비관적이다.
다만, 하마스의 완전한 궤멸을 주창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단순히 생존한다는 것만으로도 하마스의 승리를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 하마스는 생존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콧 리더는 10월 6일 이전에는 지속적인 평화유지의 전제조건으로 2국가 해법, 이스라엘이 포로로 잡은 팔레스타인 석방, 이스라엘의 이슬람 성지 알 아크사 모스크 모독과 같은 문제는 어느 것도 논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지금 이러한 문제들이 부상하고 포로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것이 이스라엘 군대가 패배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