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주 문제 등 난관..가격 하락.정치논리 개입 우려
현대건설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가 끝남에 따라 두달째 공전하고 있는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낼 지 주목받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채권단 운영위원회에 이달 말까지 공식 입장을 요구한 상태여서 다음달부터 매각 논의가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구(舊)사주 문제의 타협이 쉽지 않은 데다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통한 매각도 이견이 엿보여 매각 작업의 시작을 뜻하는 주관사 선정이 연내에 끝날 지는 미지수다.
◇ 외환銀, 산은에 공식 입장 요구 =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최근 산은과 우리은행에 공문을 보내 8월29일 서면 부의한 주관사 선정 건에 대해 이달 말까지 답을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현대건설 매각 작업은 주관사 선정 건을 채권금융기관이 합의하고 지난달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서면 부의 하루 전인 8월28일 김창록 산은 총재가 현대건설의 구사주 문제를 제기한 이후 표류하고 있다.
'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 주식 관리 및 매각 준칙'에서는 '부실 책임이 있는 구사주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우선 협상대상자에서 제외하되 부실 책임의 정도 및 사재 출연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사후 평가를 통해서 우선 매수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현대건설의 옛 사주인 현대그룹의 인수 자격 유무를 단정 짓기 어렵게 돼 있다.
이 문제는 채권단의 합의가 필요하나 아직까지 산은에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외환은행이 이달 말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을 산업은행에 요구한 만큼 구사주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외환은행은 이달 말까지 산은의 답변이 없을 경우 주관사 선정 건을 주주협의회에 상정해 매각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은에 대한 국정감사가 지난 27일 끝난 점도 구사주 문제 논의가 활기를 띨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창록 산은 총재는 국정감사에서 현대그룹의 인수 자격과 관련, 매각 주관은행인 외환은행과 함께 채권기관 주주협의회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구사주 이어 운영위 주도 문제 돌출 = 그러나 산은이 구사주 문제는 여론을 충분히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 주관사 선정 논의가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구사주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고 충분한 상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 원칙 하에 어떤 절차를 밟을 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채권단 운영위원회 주도의 매각 작업에 대한 이견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을 졸업하기 전 총 43개였던 채권금융기관은 이후 9개의 주주협의회로 재구성됐고 인수.합병(M&A)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외환은행과 산은, 우리은행 등 3개 기관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 매각 작업이 위임됐다.
그러나 3개 기관 가운데 한 곳만 이견을 나타내도 매각 작업이 중단되는 단점이 있어 주주협의회 주도로 매각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채권금융기관 운영위원회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주주기관 전체 회의를 거쳐서라도 M&A 문제를 신속히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매각가격 하락 등 우려 = 이에 따라 다음달 안에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관사 선정까지 한 달 정도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매각 작업은 내년에야 시작될 수도 있다.
M&A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대우조선해양과 대한통운, 대우인터내셔널 등 초대형 M&A 대상 기업이 대기하고 있어 시간이 지체될 경우 채권단이 제값을 받지 못한 채 현대건설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매각 작업이 장기간 지연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대통령 선거 등 중요한 정치 일정이 있어 자칫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매각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졸업한 기업의 매각 지연은 기업 발전을 저해하고 채권단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